그는 자신은 대학을 다니고 로스쿨까지 마쳤으면서 학생들에겐 학업을 접으라고 권한다. 재단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하는데 고교나 대학을 자퇴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창업자금으로 2년 동안 연간 10만달러씩 준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83명을 선발했다.
피터 틸 얘기다. 그는 스탠퍼드대학과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고 페이스북에 투자했으며 현재 벤처캐피털 회사를 운영한다.
틸은 왜 학교 공부에 반대하나. 그는 대학 시스템이 망가진 데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목표를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틸 재단 홈페이지(thielfellowship.org) 첫 화면에는 "나는 학교가 내 교육을 훼방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올려놓았다.
틸은 지난해 낸 책 '제로 투 원'에서 "제도권 교육은 획일화된 일반적인 지식을 퍼나르기에 바쁘다"며 "모범적인 대학생들은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는 데 집착하는 나머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듣도 보도 못 한 각종 능력을 수집하듯 익힌다"고 비판한다.
학교 교육 말고 그는 무엇을 중시하나. 그는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그전에 반드시 그 일이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인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에서는 한 분야의 지식을 집중적으로 습득하지 않나. 그는 널리 수용된 지식을 배우는 정규 과정은 새 창업 아이템을 찾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본다. 그는 페이스북 같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면 기존 지식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여긴다.
그가 늘 품고 다니는 화두가 '남들이 아직 동의하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진실(가능한 변화)은 무엇인가'다. 다른 말로 하면 '정말 가치 있는 기업인데 남들이 아직 세우지 않은 회사는 무엇인가'가 된다. 그가 정규 교육을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이처럼 전에 없던 회사를 창업하는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존 지식을 뚫는 시각은 창업가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업무 매뉴얼에 따라 관행으로 내려온 대로 일하면 발전이 없다. 혁신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기존에 자리잡은 방식에 맞춰가는 대신 다른 접근을 모색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배운 것을 한 번쯤 뒤집어 생각해보자.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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