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금융권에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았던 한해였다.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비롯해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으로 촉발된 KB금융사태,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중견강소기업 모뉴엘의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은행ㆍ카드사들은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금융권은 2015년에 수익력 확대라는 본질적 임무 외에 신뢰회복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 사고를 정리하며 2015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올해 금융권을 뒤흔든 사건 중 하나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건이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에서 연이어 부당대출 사건 터지면서 파문이 확대됐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부당대출 정황이 포착된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5년간 금품을 받고 변제 능력이 없는 기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등 수천억원대 부당대출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가 불거져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여신 잔액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7월 기준 부적절한 기한 연장 162건, 타인 명의 분할 대출 158건, 담보사정가격 대비 과다 대출 126건 등 총 244건, 490억1000만엔(약 4800억여원)의 불법대출을 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사고 이후 국내 6개 은행의 도쿄지점에 대한 자체적인 감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우리은행와 기업은행에서도 부실대출이 적발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잔액여신에 대해 검사한 결과 시설자금대출금을 매도자가 아닌 차주본인계좌로 입금하거나 타인명의 이용 분할대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61건의 부당대출을 집행, 총 64억5700만엔(약 636억원)을 대출했다. 우리은행도 89건의 부당대출을 집행해 130억엔(약 1282억원)의 대출이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부당대출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적으로 부당대출이 이뤄지고 금품수수, 차명송금, 환치기, 사적금전대차 등 위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났지만 내부통제와 경영실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부당대출이 드러난 것은 은행 자체 감사나 금감원의 검사에서 밝혀진 것이 아니라 야쿠자 자금을 추적하던 일본 금융감독청에서 적발돼 검사가 이뤄지면서부터다.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4개월 신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국내 은행이 일본에서 영업정지를 받은 건 2010년 외환은행이 일본 내 야쿠자 세력에 예금계좌를 개설해주고 예금잔액증명서를 발행한 건과 관련해 일본에서 3개월간 영업정지를 받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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