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금융권에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았던 한해였다.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비롯해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으로 촉발된 KB금융사태,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중견강소기업 모뉴엘의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은행ㆍ카드사들은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금융권은 2015년에 수익력 확대라는 본질적 임무 외에 신뢰회복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 사고를 정리하며 2015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특히 올 한해는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가 짜고 친 대출사기에 이어 '모뉴엘' 사태까지 터지면서 은행권 여신심사시스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KT ENS 사태는 올 2월 KT ENS의 협력업체인 전주엽 NS쏘울 대표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방식으로 은행에서 빌린 2800억원을 횡령한 후 잠적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KT ENS 직원이 협력업체의 허위 매출채권 발급을 도운 사실을 적발했고 피의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금감원 팀장도 조사를 받았다.
KT ENS가 올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금융권의 피해는 더 확산됐다. KT ENS가 지급 보증하는 특정금전신탁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법정으로 이어졌고 KT ENS가 보증채무를 포함해 모든 채무를 갚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법원은 은행 책임을 85%라고 결정했다. 은행들이 'KT의 자회사'라는 이름만 믿고 허술하게 심사를 한 측면이 문제가 됐다. 이들 은행은 내년 초 금감원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올 10월에는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대출 사기가 금융권을 뒤흔들었다.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줄로만 알았던 모뉴엘은 관세청 조사를 통해 허위로 서류를 꾸며 수출실적을 부풀린 후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수출실적을 근거로 7년 간 대출한 금액은 3조2000억원 정도로 미상환된 금액만도 6800억원에 이른다. 이후 모뉴엘 대출사기에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직원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권의 신뢰도는 더 크게 추락했다. 검찰은 모뉴엘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무역보험공사 부장 및 전 임원과 수출입은행 직원을 구속 기소했다. 수출입은행 모 부장도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여신 1135억원 전액을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만 빌려준 수출입은행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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