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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막으려다 대형사 독식 우려…"운용의 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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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공구' 입찰제 폐지…"부작용 대비해야"
"유연한 발주방식 절실…발주처 책임 강화 필요"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1사1공구제, 최저가낙찰제,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올해에만 건설사들이 담합 혐의로 약 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공공공사 입찰방식의 대표적 형태들이다. 게다가 공공공사 입찰참여 제한, 해외수주 불이익 등 부작용이 터져나오자 정부가 제도 손질에 나섰다. 입찰담합 근절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9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판정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69곳이며, 과징금 규모는 9979억원에 이른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 폭탄을 맞은 건설사들은 빚을 내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적으로 담합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건설업계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발주기관은 여러개의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면서 1개 건설사가 1개 공구만 낙찰 받도록 제한했다. 4대강 사업은 2009년 6월 15개 공구가, 호남고속철도는 같은 해 9월과 11월 각각 5개, 10개 공구가 동시에 발주했다. 정부는 대부분의 국책사업에 대해 해당 정권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하면서 공사 기간을 단축을 위해 여러 개의 공구로 나눠 동시 발주해온 것이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자연스럽게 담합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특히 턴키공사의 경우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설계 비용을 업체가 우선 부담하도록 돼 있는 까닭에 대형 건설사들마저 사전협의를 통해 수주 공략대상을 선별했다. 입찰에서 탈락하면 설계에 투입한 비용을 대부분 돌려받기 힘들어서다.


이명박정부의 국책사업에서 잇따라 담합판정과 처벌이 이뤄지며 건설사들은 타격이 심각하다. 건설사들은 대형 공공공사 입찰을 꺼리면서 수차례 유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해외 건설공사 수주전에서 경쟁 국가 업체들의 흑색선전의 빌미가 돼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기도 하다. 실제 수주가 유력시 되고 있는 일부 공사의 발주처에서 담합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명하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1사1공구 원칙이 깨진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여러 공구가 한꺼번에 발주될 경우 복수로 따낼 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비용을 댈 자신이 없는 건설사의 경우 입찰참여를 엄두조차 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잇단 담합처분에 대해 제도적 요인으로 인해 '담합'보다는 '사전협의'를 통한 조정의 성격이 강했다고 강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특정 회사의 '독식'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손질과 함께 발주기관 책임감을 갖고 입찰제도에 대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어떤 제도를 써도 일장일단이 있다"면서 "담합을 근절하려다 중견 건설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발주처가 권한뿐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면서 "공사의 형태과 기술력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발주를 하고 기관이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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