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낙찰·담합 단속강화에 공사 64% 유찰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건설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하반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민간주택을 중심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련 법률 처리가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이마저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설시장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공공건설시장도 올해는 발주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해 2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 발주규모는 2009년 61조원의 27% 수준인 17조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공공공사 저가낙찰 구조와 입찰담합 처벌로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입찰을 기피하면서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까지 이어졌다. 올해 정부가 발주한 기술형입찰 공사 31건 가운데 64.5%인 20건, 금액으로 3조9916억원 가운데 58.5%인 2조3344억원 규모의 공사가 유찰됐다.
국내시장의 침체를 보완하고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해외건설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2월 중순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596억달러에 그쳐 당초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삼았던 700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 같은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가는 동안 개별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현실이 됐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했다. 국내 59개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이 561억원이었는데, 올 한 해 이들에게 내려진 입찰담합에 대한 과징금만 8500억원 규모로 15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과징금과 함께 부과되는 '2년간 국내 모든 공공공사에서 영업정지' 처분 또한 고스란히 건설사의 영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와 함께 일하는 하도급업체, 자재·장비업체 및 소속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직격탄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국내 건설문화와 후진적인 입찰시스템으로 건설산업이 존립 기반마저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해 있다"는 자조 섞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국가시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참여한 사업이 결과적으로 페널티를 받다 보니 공공시장 전체가 혼란스러워진 면이 있다"며 "업계 스스로 공정경쟁과 준법경영을 강화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나 제재 또한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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