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아내도 이제 어려운 것 그만하라고 해요, 그래도 개혁을 맡을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걸 어쩌겠습니까."
새누리당은 올 한해 굵직한 개혁들을 추진했다. 역대 정권이 건드리지 못했던 공무원연금부터 공기업과 규제에 과감한 '칼질'을 예고하는 개혁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리고 그 개혁을 총괄하는 곳에는 언제나 당내 최고 경제전문가인 4선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지고 내내년은 그보다 더 안 좋아질 것입니다. 지금 바꾸면 겨우 살고 아니면 죽는 것입니다."
이 의원은 정치인들이 꺼려할 만한 쟁점의 선봉장에 서는 이유를 개혁의 시급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한국 상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소신있는 행보는 경제학자, 그리고 당내 중진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은 경제통이다. 1969년에 행정고시를 합격했으며, 재무부에서 근무하다 대우그룹으로 옮겨 대우경제연구소를 직접 이끌기도 했다.
16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들어온 이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두 번 역임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대선주자로 정계 활동을 하는 동안 유지했던 경제철학과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여당의 핵심 브레인이지만 '여의도 돌직구'로도 유명하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최경환경제팀이 첫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을 때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돈 풀기 정책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일 정부와 여당이 밀고 여야가 합의했음에도 부결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이변의 진원지도 이 의원이었다. 그는 당시 "정부가 부자정당으로 낙인 찍힐 잘못된 법안을 가져와 여당에 제대로 설명도 안 했다"며 법안 부결을 주도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때에도 당시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반기를 들어 화제가 됐었다. 2012년에는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원내대표에서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요즘에는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야를 떠나서 잘못된 것에 대해 지적을 할 만한 원로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을 해야 하는데 할 사람이 없다. 나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경환경제팀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는 기대를 나타냈다. 공공ㆍ노동ㆍ금육ㆍ교육 등 4대 분야의 구조개혁을 방점으로 찍는 정책의 방향이 옳다고 본 것이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노동구조 개혁도 고용의 전체적인 질을 상승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현재 한국의 부채는 턱 밑까지 올라와 있다"면서 "일본은 우리랑 같았지만 가계 부채는 없었다. 우리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변화가 있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좌초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내년에 또 다른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연금, 공공기관, 규제개혁을 마무리 지었는데 금융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며 "쉽지 않은데 (강력한 금융개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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