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기구, 태양빛 받아 충전 가능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선인 필레(Philae)가 내년에 깨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1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지구물리 천문학연구 연합회(American Geophysical Union)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에 필레가 태양을 통해 충전되면 다시 깨어나 자신이 착륙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huryumov-Gerasimenko·이하 67P) 혜성에 대한 탐험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레는 현재 에너지가 없어 동면상태에 있다.
필레는 지난 11월 ESA의 로제타모선에서 분리돼 67P 혜성에 착륙을 시도했다. 착륙 과정에서 자신을 혜성에 고정시키는 작살에 문제가 발생했다. 작살이 고장나면서 필레는 공기 중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후 착륙한 지점은 예상했던 곳에서 벗어났고 불행히도 절벽의 그늘진 곳에 착륙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초기 충전됐던 배터리가 방전됐고 태양을 통해 재충전해야 했는데 여의치 않으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ESA 관계자들은 "필레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쯤에 태양빛을 받아 다시 깨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필레가 깨어나면 다시 혜성에 대한 탐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레가 깨어나면 혜성궤도를 돌고 있는 로제타모선과 연락하면서 입체적 탐사 활동이 가능하다. 로제타 모선도 현재 필레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언제쯤 충전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ESA는 필레가 착륙하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흐릿한 사진은 필레가 첫 번째로 보내온 사진이다. 혜성에 부딪히면서 찍은 사진으로 혜성에 착륙하자마자 찍다 보니 사진이 흐릿하다. 이 흐릿한 한 장의 사진은 필레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레는 혜성 표면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에 약 3㎞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고정시켜야 할 작살이 고장났고 필레는 공기 중으로 1㎞ 정도 튀어 올랐다. 착륙 지점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후 두 시간 뒤에 다시 내려앉았고 그곳은 절벽의 그림자에 해당되는 지점이었다. ESA 필레 연구팀은 이 지점을 '근일점 절벽(Perihelion Cliff)'으로 이름 붙였다.
ESA의 필레 담당 과학자들은 "필레가 조만간 태양빛을 받아 충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67P 혜성이 태양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레가 태양빛으로 충전되고 깨어나면 인류의 혜성에 대한 탐험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혜성은 태양계 초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로 알려져 있다. 필레가 깨어나고 혜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데이터가 파악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인류의 오랜 숙원인 태양계 형성의 비밀이 벗겨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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