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땅콩리턴' 사건 당시 항공기에서 내린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1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해당사건을 조사할 당시 회사 측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박 사무장의 집을 방문해 쪽지에 사과를 남겼는데 이를 본 후 더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박 사무장은 "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국토부를 더 불신하게 만들었다"면서 "회사에게 (확인서를) 작성해서 가져오라고 했고 나는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그걸 작성해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성서(확인서)조차 마치 초등학생이 받아쓰기를 잘못했을 때 선생님이 '다시 써와'라고 하는 것처럼 해 10여차례 다시 썼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토부 첫 조사를 받은 뒤 한시간 정도가 지나자 대한항공 임원이 박 사무장을 불러 사실관계 확인서를 다시 써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승무원이 작성한 내용과 국토부의 시간대별 동선 및 내부상황 관련자료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관련증거를 없애려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담당 국토부 조사관에게 내가 (확인서를) 보낸 것처럼 다시 전송하라고 해서 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전송했다"며 "(뉴욕공항에서 내린 후)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저뿐만 아니라 그 당시 관계자에게도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 14~15일 사과를 위해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해 남기고 갔다는 쪽지도 이날 공개됐다. 박 사무장이 공개한 쪽지는 수첩을 찢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에 '직접 만나 사과드릴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이라고 적혀 있다.
박 사무장은 "더 참담했다"며 "솔직히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사과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스로 대한항공을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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