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가 일파만파다. 급기야 조 전 부사장은 오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다. 검찰은 대한항공이 피해 사무장과 승무원, 일등석 승객을 압박ㆍ회유하는 등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점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한다.
태극 마크를 달고 세계 120여개 도시에 취항하는 한국 최대 항공사가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로 국내외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국 재벌 일가의 기업지배 방식과 세습 경영에서 찾기도 한다. 오너 일가의 잘못에서 비롯된 '오너 리스크'가 '기업 리스크'로 번지더니만 급기야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과 국가 이미지 손상으로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대한항공과 경영진의 자세는 무책임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항공 간부들을 불러 "오너와 경영진 등 상사에게도 노(no)라고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은 16일 사내 게시판에 "회사가 유연하고 개방된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실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직문화를 바꿀 구체적 방법이나 재발방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위부터 확 변해야지 아래더러 달라지라고 요구한다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독단적인 경영방식이 바뀔까.
이참에 재벌가의 경영참여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요구된다. 어제 본지 조사결과 매출상위 20대그룹 오너의 3ㆍ4세 가운데 95%가 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수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오너 3ㆍ4세의 경영참여를 막을 수는 없다. 스스로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부터 낙하산에 태워 간부급으로 내려보낼 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 말단사원부터 체험토록 하거나 경쟁을 통해 입사사킨 뒤 단계적으로 경영수업을 받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경영수업뿐 아니라 소통하고 배려하는 인성교육도 필요하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대기업들이 입으로만 글로벌 기업임을 자처해선 안 된다. 지배구조와 경영방식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손색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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