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저시대 가능성 커져 수출증가율 내년 1%대로 추락 전망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일본 총선 결과 '아베노믹스'가 더욱 힘을 받아 자동차, 전자 등 우리 주력 수출산업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다시 시동을 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의 양적 완화로 이른 바 '초엔저 시대'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내년에는 1%대로 절반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압승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자동차업계다. 전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합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자동차업계는 아베노믹스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이는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도요타의 올 상반기(4~9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 8% 늘어난 12조9445억엔, 1조3519억엔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1조1268억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도요타의 올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늘어난 10.1%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도요타뿐만이 아니다. 닛산ㆍ마쓰다 등 다른 업체도 지난해 이후 꾸준히 수익이 좋아졌거나 당초보다 연간 이익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는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정도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일본 완성차업체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ㆍ유럽 등에서 가격을 낮추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한편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흥시장에서는 상품성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병행해 왔다"며 "고급차, 친환경차 등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는 분야까지 발을 넓히며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가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전기, 석유제품, 철강, 기계, 섬유 분야 등 국내 주력 수출기업들의 매출액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환율변동과 한일 수출기업 경영지표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수출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2년 8.5%에서 지난해 3.9%로 절반 넘게 줄었고 올해 상반기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의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4.1%에서 올해 상반기 0.8%로 떨어졌다. 전기전자는 지난해 10.1%에서 -3.9%로 크게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한국이 엔화 약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 가격 동향을 고려했을 때 특히 전자종업이 엔저에 취약한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자동차, 섬유, 화학공업, 일반기계, 철강, 석유제품 등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로 이어질 경우 앞으로 우리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내년 수출증가율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건국대 특임교수)은 "내년 엔화가 (달러당) 130엔대가 무너지고 엔화 대비 원화가 800원 중반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현재 세계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우리나라 전체의 수출증가율이 현재 2% 중반에서 내년에는 1%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초엔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금리 환율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기업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환변동보험 지원, 수출금융지원, 한계 수출기업의 인수합병 구조조정 지원 등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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