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공산당 정부의 마지막 최대 행사는 지난 9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중앙경제공작회의다. 3일간 진행되는 회의에는 공산당 최고 지도부 상무위원(7명)을 포함해 국무원, 전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중앙부서, 각 성급 지역, 중앙정부 직속 기업의 공산당 책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1994년 시작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공산당 리더들이 모여 그해 경제상황을 종합 정리하고 이듬해 경제성장 목표와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해 12월10~13일 개최된 회의에서는 2014년 목표로 국가식량 보장, 산업 구조조정, 부채위험 방지, 지역 간 협력, 민생개선과 보장, 대외개방 확대 등을 제시했다.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 주요 이슈들은 신창타이(新常態ㆍ뉴노멀)하의 금융, 국유기업, 토지, 가격, 호구제도 등 분야별 개혁의 강도와 범위,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라 불리는 육로와 해상의 신(新)실크로드 경제협력이다. 지난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허난성 현지 시찰 중에 언급한 신창타이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것이 새로운 정상 상태라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공감대가 크게 확산되었다.
이제는 경제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7%대의 성장 목표도 포기할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과거 투자와 수출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성장률이 떨어져도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6%대의 성장을 유지해도 공산당이 기존에 세웠던 2020년 목표에는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내 언론보도와 전문가 의견을 보면 내년도 경제성장 목표를 지난해 7.5%보다 낮은 7% 내외로 조절하고 금융과 국유기업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2차 5개년 규획'의 마지막 해로 기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들도 강조될 것이다. 11일 회의가 끝나면 결과는 각 지방과 부서의 분야별 공산당 리더들에 전달되며 이들이 9000만명에 육박하는 전국의 공산당원을 이끌고 정책 실행에 앞장선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중요한 정책 의사결정 과정이다. 공산당의 리더들이 모여 제정한 정책은 상세한 내용과 핵심 부분은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이를 누설하는 경우 엄한 형사처벌을 가하며 사형까지 가능하다. 내용이 전부 공개되는 것을 차단하여 불필요한 잡음은 없애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최대한 정책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뿐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 고성장에 따른 부동산 버블, 지방정부 부채 및 그림자 금융, 사회모순 폭발, 중진국 함정 등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실제 어떻게 하는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서구식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서구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내린 중국 경제 예측이 자주 틀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화가 난 전문가들은 중국이 통계를 조작한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소 폐쇄적인 정책결정 시스템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무원 발전연구중심(DRC)이나 사회과학원 등 정책결정 싱크탱크들과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들의 조언을 받는다. 이런 기관들의 중국 경제 전망 정확도가 높은 이유다.
이러한 정책결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특히 권력이 집중되어 지도자가 오판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과 문화대혁명과 같은 대재앙을 맞게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산당 리더들이 모두 모여 중요한 정책을 논의하고 제정하는 체제로 볼 때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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