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주식시장이 정국 불안 여파로 9일 대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 아테네 증권거래소의 아테네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2.24포인트(-12.78%) 폭락한 902.84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이후 하루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연정이 해체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는 정국 불안감이 악재로 작용했다.
신민당과 사회당으로 구성된 그리스 연정은 전날 당초 내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출 의회 표결을 2개월 앞당겨 오는 17일 1차 투표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연정이 연내 구제금융 졸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정에 대한 신임을 묻겠다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
전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그리스 구제금융 최종 지원 자금의 집행을 내년 2월로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이 2개월 늦춰진 셈이다.
당초 연정은 이달 말에 구제금융을 졸업하면 이 성과를 발판으로 내년 2월로 예정된 의회의 대통령 선출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제금융 졸업이 늦춰지면서 계획이 틀어졌고 연정은 조기총선도 감수하며 정치적 도박을 건 것이다.
이날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대통령 후보로 스타브로스 디마스(73) 전 외무장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1차 투표에서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1차 투표에서 부결되면 5일 뒤에 2차 투표를 실시하며, 2차에서도 선출되지 못하면 3차 투표를 치른다. 3차 투표의 가결 요건은 정원의 5분의 3 이상이다.
신민당과 사회당은 현재 전체 300석 중 155석만 확보하고 있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연정이 내세운 대통령 후보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의원은 최대 175명으로 3차 투표의 가결 요건인 180명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연정에서 탈퇴한 민주좌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연정이 지명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정국 불안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집권 여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리자는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26.6%를 얻어 득표율 22.7%에 그친 신민당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시리자는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29%로 신민당에 5%포인트 앞섰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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