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올림픽 개혁안 '어젠다 2020'의 분산 개최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8일(한국시간) 열린 제127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IOC는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던 올림픽을 이제 여러 국가·도시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게 됐다"며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돼 앞으로 더 많은 도시가 유치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어젠다 2020'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61·독일)이 취임 때부터 역설해 온 올림픽 개혁안이다. 도시·국가 간 올림픽 분산 개최를 비롯해 올림픽 유치 과정 간소화, 올림픽 종목 탄력 채택 등을 골자로 한다. 바흐 위원장은 투표 전 "이제는 변화를 추구할 때"라며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지 않으면 올림픽과 IOC는 모두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일부 위원들은 우려를 표했으나 이어진 투표에서 한 명도 반대표를 내밀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IOC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제안한 일부 종목 분산 개최에는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독일 DPA통신의 7일 보도에 따르면 IOC는 썰매 종목을 경기장이 이미 있는 아시아나 유럽, 북아메리카 국가에서 대신 개최하도록 평창조직위에 슬라이딩센터 건립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AP통신도 IOC 소식통을 인용해 평창올림픽이 다른 국가에서 분산 개최되면 열두 곳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중 가장 유력한 도시는 일본의 나가노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로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을 모두 치를 수 있는 복합경기장 '스파이럴'이 있다. 1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용이 많지 않아 나가노에서 연간 유비지로 18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다케다 쓰네카즈 일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67)은 교도통신에 "IOC로부터 정식 제안을 받으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정권은 평창조직위에 있다. 구닐라 린드버그 평창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67·스웨덴)은 8일 AP통신에 "IOC는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슬라이딩센터가 다른 나라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다른 선택 방안을 평창에 알려주겠다"면서도 "이들 종목을 평창에서 개최할지 말지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평창조직위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신무철 평창조직위 홍보국장(56)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미 썰매 경기를 치를 슬라이딩센터를 비롯해 여섯 곳에 신설 경기장이 모두 착공됐다"고 했다.
그러나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77)이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인 데다 이미 한국과 일본이 2002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바 있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더구나 내년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분산 개최가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바흐 위원장은 "IOC 관계자들이 내년 1월과 2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대회 준비 과정을 점검하면서 조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IOC는 9일까지 진행되는 임시총회에서 개최도시에 정식종목 추가 권한 부여, 올림픽 TV 채널 신설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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