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48)이 4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박 경정은 이날 오전 9시18분께 짙은 회색정장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경정은 '누구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짧은 대답을 한 뒤 곧바로 변호인과 함께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경정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보도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경정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문건의 진위여부와 보고체계, 작성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에서 먼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형사1부는 청와대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8인 명의로 해당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세계일보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에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소환조사는) 보도 문건 내용과 작성경위와 관련해 형사1부에서 먼저 조사를 하고 (문건유출과 관련한) 특수2부 조사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경정은 문서유출 관련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자체조사 결과 박 경정이 문서 유출자가 맞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관련 기록을 검찰에 제출할 방침이다. 검찰은 청와대와 박 경정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소환조사와 압수한 증거들을 토대로 유출자가 누구인지, 제3의 인물이 유출에 관여했는지 등을 가려낼 방침이다.
전날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과 박 경정의 자택, 근무지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한 검찰은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등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또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2명을 현장에서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 경정 소환을 시작으로 출국금지 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홍경식 전 민정수석비서관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고소인 신분인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일정을 조율하는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씨는 전날 세계일보 기자 3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보도내용은 사실 무근이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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