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오룡호 선장 "배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 마지막 교신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오룡호'의 김계환 선장이 같은 회사 소속 69오양호 이양우 선장에게 "배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지막 무선을 남겼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3일 보도했다.
김계환 선장의 동생 김세환씨(44)는 이날 "이양우 선장으로부터 지난 2일 전화를 받았는데 이 선장께서 형님의 마지막 순간을 들려줬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선장은 배가 가라앉기 직전 이양우 선장에게 "형님에게 하직인사를 해야 되겠습니다"라며 마지막 무전을 보냈다.
세환씨는 당시 경황이 없어 이 선장에게 언제 온 무전인지 묻지 못했는데 김 선장이 회사로부터 퇴선 지시를 받은 오후 4시(현지시간) 이후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보낸 무전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선장의 인사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이 선장은 "빨리 나와. 나오라구"라며 김 선장을 설득했고, 김 선장은 "저는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선장이 "형님 나중에 혹시라도 살아있으면 소주 한잔하자"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01오룡호 김계환 선장은 96오양호 선장인 이양우 선장과 각별했던 사이다. 김 선장은 오 선장의 밑에서 항해사로 3년간 배를 탔고, 이 선장의 추천으로 오룡호 선장이 된 인연이 있다. 김 선장은 이 선장을 "형님"이라고 불렀고 사생활에 관한 고민도 나눌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고 전해졌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은 사조산업 측이 입수한 김선장과 오선장의 무전 교신 전문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무전 교신 전문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비공개되고 있다.
김 선장은 마지막 순간 동생 세환 씨에게도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세환 씨는 "형님이 오후 1시 14분께 전화를 걸어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만 남긴 뒤 10초 만에 전화가 끊어졌다"고 말했다.
세환 씨가 말한 '오후 1시14'분은 한국시간이다. 현지시간으로는 오후 4시 14분가량으로 김 선장이 회사로부터 퇴선지시를 받은 후 약 14분이 흐른 뒤다.
한편 김 선장은 2003년 사조산업에 입사했다. 1등 항해사로 3년간 일하다가 러시아에서 명태잡이 조업을 하던 '503오룡호' 선장을 7년간 맡았다. 이후 올해 2월부터 501호의 선장으로 발령받아 조업을 해왔다.
이번에 조업을 나간 11명의 한국 선원 대다수가 김 선장을 신뢰했으며 그 때문에 조업에 참여했다고 많은 실종자 가족이 전했다.
김계환 선장의 외삼촌 장무 씨는 "김 선장이 어린 시절부터 자기가 맡은 일은 해내는 성격이었고 책임감이 강했다"면서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장으로서 명예로운 마도로스의 길을 걸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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