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철 신임 건보공단 이사장 기습 취임…우리은행장 돌연 퇴진에 新관치 논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김철현 기자, 이창환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 '친박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병원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사가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공단의 수장으로 낙점되자 노조와 시민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연임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순우 행장이 돌연 퇴진하면서 '관치 금융' 잡음이 불거진 것이다.
성상철 신임 건보공단 이사장은 2일 첫 출근부터 무산됐다. 전날 취임한 성 이사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마포구 독막로 건보공단 본부로 출근했지만 노조에 가로 막혀 발길을 돌렸다. 노조는 이날 정문과 지하 주차장 등 6층 이사장 집무실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을 봉쇄하며 성 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했다. 노조 관계자는 "24시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 신임 이사장은 의료계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박정희재단 이사를 지냈다. 대한병원협회장을 역임한 이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단은 매년 대한병원협회 등 의약단체들과 협상해 병원과 의료인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가격(건보 수가)을 결정하는데 병원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이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공단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건보공단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상철 이사장은 'TK(대구경북) 대부'로 불리는 신현확 전 총리의 사위"라며 "친박 낙하산 인사는 건강보험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전날 취임 직후 성명을 통해 "대형병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해 온 인물을 공단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한 것도 인사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꾸려질 때만 해도 연임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 행장이 1일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관치에 휘둘린 낙마라는 의혹이 짙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의 지원을 받아 이광구 부행장이 급부상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았고 결국 이 행장의 연임 포기로 차기 행장은 이 부행장이 사실상 유력한 상황이 됐다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의 전통 뱅커지만 서금회와 관련이 있다는 점 때문에 '관치'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 자회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이뤄지는 등 민감한 시기에 행장이 돌연 연임을 포기하면서 또 다시 관치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은 인사 논란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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