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에선 '여당' 유리, 법안 심의서는 '야당' 유리
-12월2일 예산안 처리 여부 어떻게되든 법 논란일 듯
-여야 아전인수 격 이용에 국회후진화법 우려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12월2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두고 '국회선진화법'이 기로에 섰다. 여야가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 격 해석을 하고 있어 예산안이 적기에 통과되거나 통과되지 못해도 모두 '국회후진화법'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인 국회법 제85조의 3항은 11월30일까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부의하고 다음 날 통과시키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은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도 정부가 가져온 예산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여기에 여야가 11월30일까지 합의했던 내용을 반영한 수정 동의안을 만들며 단독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세입예산부수법안 자동부의도 여당에 이득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6일 선정한 31개 예산부수법안에는 담뱃세 인상안을 비롯해 기업소득환류세제, 임대주택 분리과세와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 등 야당이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다수의 세법이 포함돼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도 여당이 원하는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모두 표결에 부칠 수 있다.
반면 법안 처리에 있어서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에 유리하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을 합의 없이 상정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상임위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어야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예산안 처리에선 '여당'을, 법안 처리에선 '야당'을 유리하게 하기 때문에 12월2일은 여야 협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2일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이점을 들며 법 적용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위헌을 제기하던 입장을 선회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말 바꾸기'에 대해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선진화법 전체가 위헌이라는 뜻이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야당은 반대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은 그동안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적극 이용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에서는 불리해지자 국회선진화법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는 예산안 날치기는 해선 안 될 날치기"라며 "국회선진화법의 역사가 또다시 날치기로 모욕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12월2일 예산안이 적기에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도 국회선진화법은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은 예산안 처리가 안 된 책임을 야당에 넘길 수 있는 데다 이를 무기로 선진화법 무용론에 대한 공세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재 오는 12월2일 예산안 처리를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야는 아직 누리과정 예산 규모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도 순증액인 5233억원을 새누리당이 전액 부담키로 약속해놓고는 이를 어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8일 누리과정 예산과 담뱃세·법인세 등에 대해 일괄 '빅딜'을 시도할 예정이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도 국회선진화법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는 예산안 처리에 밀려 각 상임위별로 법안 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산안 처리 후 임시국회 소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선진화법상 법안 심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야당이 법을 이용해 여당에 반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여야가 각각 유리한 부분을 다르게 갖고 있기 때문에 12월2일 이후 논란이 증폭될 것"이라며 "결국 여야 입맛대로 법을 이용해 오히려 국회후진화법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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