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이 꼭 어울리는 영화 '덕수리 5형제'는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개성 강한 5형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막내 김지민은 이들과 피가 섞인 동생이고, 윤상현과 황찬성이 아버지쪽 어리숙한 형제, 송새벽과 이아이가 어머니쪽 대책없는 남매를 연기한다.
서로 만났다 하면 물고 뜯는 5형제는 명절에도 모이지 않는, 먼 친척보다 못한 존재로 살고 있다. 그러나 막내의 깜찍한 연기력에 속아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모이게 된 이들은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도 서로를 비난하고, 틈만 나면 고성과 주먹질이 오가지만 점점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서 가족으로서의 사랑을 싹틔운다. 또 부모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함께 겪으며 동병상련의 아픔도 나누게 된다.
5형제가 부모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은 웃음과 감동, 반전의 짜릿함까지 선사하며 관객들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전형준 감독은 휴먼드라마, 스릴,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뽐냈다.
'내조의 여왕' '시크릿 가든' '갑동이' 등을 통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윤상현이 장남 수교 역을 맡아 순진무구한 청년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실장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윤리교사 역을 맡아 확실한 변신을 했다.
또 극 전체의 웃음 코드를 담당하고 있는 송새벽은 코믹하고 살벌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말끝마다 욕설을 달고 다니지만, 마음만은 소녀 같은 동수는 지루할 틈이 없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아이는 이번 영화를 통해 폴댄스 실력과 육감적 몸매,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며 남성팬들을 설레게 할 전망이다. 색기 넘치는 눈웃음과 콧소리가 철없는 현정 역에 적격이었다는 평.
경찰을 꿈꾸는 넷째 수근은 2PM 멤버 황찬성이 나섰다. 그는 영화 '레드카펫'보다 한층 더 안정된 연기력을 과시하며 본격적인 영화배우로의 변신을 알렸다. 특히 매맞는 연기와 다양한 표정 연기가 극에 재미를 더한다.
막내 수정은 '밥줘' '폼나게 살거야' 등에서 뛰어낸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김지민이 맡았다. 나이답지 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언니, 오빠들에 뒤쳐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선한 인상의 대명사 이광수도 박순경으로 분해 활약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는 5형제를 도와 부모를 찾기 위해 힘쓴다.
영화는 절대 융합할 수 없을 것 같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힘을 모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형제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긴장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갑자기 기운을 쫙 빼는 대사와 행동들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코미디와 스릴러가 적절히 버무려졌고 가족드라마의 훈훈함도 갖춘 '종합선물세트'. 윤도현이 부르는 '독수리 5형제' 주제가에서 감독의 남다른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마음이 시린 겨울, 가족과 함께 볼 것을 추천한다. 개봉은 오는 12월 4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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