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화 ‘레디액션청춘’은 그야말로 청춘의 반짝이는 시간을 그린 영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화려한 시간들은 갈등과 혼란 속에서 영글어진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에피소드는 ‘훈련소 가는 길’이다. 군 입대를 앞둔 두 남자 주인공이 군대로 향하는 힘겨운 여정을 그렸다.
재기발랄한 구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여성 감독이 연출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박가희 감독은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액션 연출에 탁월한 감각이 있다. 20대 초반이던 지난 2009년 연출작 ‘아이스크림’은 미장센단편영화제 4만 번의 구타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8년생, 감독으로서도 여자로서도 꽃다운 나이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박가희 감독은 “어릴 적부터 액션이란 장르 영화를 워낙 좋아했고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며 “촬영하다보니 현장에서 느껴지는 액션의 분위기와 현장감이 너무 좋더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여성 감독으로 살아가며 힘든 점은 없을까.
“단순히 여감독이라서가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독이라는 자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저는 아직까지 상업영화나 장편에서 부딪히고 큰 사업틀에서 움직이진 않으니까 직접적으론 못 느끼지만 앞으로를 봤을 때 치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죠.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견뎌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큰 자본이 들어가게 되면 주변의 요구나 기대치도 높아지니까 그런 것을 충족시키는 게 관건이에요.”
무엇보다 체력적인 부분이 걱정스러웠지만, 박가희 감독은 “체력은 남아돈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그는 스태프들이 모두 지쳐도 혼자 현장에서 펄펄 날아다닌다. 24~25시간 동안 내리 찍는 강행군에도 잠 한 숨 자지 않는다. “예민해서가 아니라 너무 행복해서 못 잔다”며 웃는 감독에게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훈련소 가는 길’의 주연배우는 구원과 남지현이다. 신예 구원은 또렷한 이목구비에 중저음이 매력적인 배우. 남지현은 걸그룹 포미닛의 멤버로,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남다른 열연을 펼쳤다. 박 감독은 함께 작업하면서도 좋은 기억이 남았다고 회상했다.
“우선 남지현은 연예인 같단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편안하고 먼저 다가오는 성격이에요. 또 자신의 단점과 부족한 점을 많이 체크해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는 친구라 굉장히 노력하는 거 같아요. 구원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너무 잘 알서 연기를 주문할 필요가 없었어요. ‘너의 느낌대로 하라’고 했는데, 그게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박 감독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류승완 감독의 초기작들이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류승완을 꼽았다. 만남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단다.
“‘아이스크림’ 단편을 만들고 류승완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DVD를 드리고 피드백도 받고 조언도 많이 얻었죠. 감독님이 강의하러 갈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강의 들었던 기억도 있어요. 기회가 되면 류승완 감독님 영화에서 연출부를 꼭 하고 싶어요.”
시네마테크에 다니며 류 감독의 사인을 받곤 했던 박가희 감독은 “어린 시절 아이돌을 따라다닐 때도 그렇게까지는 안 좋아했다”며 웃어보였다.
충무로에서 주목 받는 신인이자 미녀 감독으로도 떠오르고 있는 박가희. 그의 차기작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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