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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5분 경제학

시계아이콘01분 34초 소요

[CEO단상]5분 경제학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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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에서 뉘엿뉘엿 해가 서산으로 떨어지는 시간, 문득 시계를 확인해보고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회사가 이전한 터여서 주변의 풍광으로는 늦가을임을 알게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새삼스레 시간을 들여다보고는 세월의 흐름을 다시 자각하게 된 것이다.


대구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서울은 물론 각 지방을 쫓아다니며 속도전을 펼친 탓에 세월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민간의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산업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니, 지방으로 내려온 공기업 임직원들에게만 유난히 시간이 빨리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2014년을 40여일만 남겨두다 보니 시간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지는 듯하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모두 내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때다. 정부 예산안을 확정시켜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불확실한 경기 전망 속에 내년 목표치를 확정하면서 경영진을 개편하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야 대외적으로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겠지만 예정돼 있는 개인적 생활상을 반영한 스케줄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내일을 계획하기 바쁜 와중에 돌아봐야 할 것은 현재다. '현재는 귀한 선물(The present is a present)'이라는 말처럼 지금 당장 충실하지 않으면 미래의 계획이라는 것도 허망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좌우를 둘러보는 데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현재 닥친 일들에 집중해야 할 일이다.

당장 한국감정원의 입장으로 돌아가보면 정확한 부동산 정보를 생산해내는 일이 시급하다. 감정원이 생산해내는 통계치들은 전문가 집단인 통계청의 신뢰도 검증을 거친 것이어서 통계학적 신뢰도 측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피부로 와닿는 현실은 실로 다양하기에 통계치가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통계란 항상 제한된 모집단 안에서 조사되고, 그 안에서 수치가 등락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신뢰도 높은 부동산 정보를 생산해 제공하는 공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책무다. 각종 조사가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좀 더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지만 '통계 역시 경제이자 과학'이어서다.


그런 노력이 전제로 될 때 세계 최고의 부동산공시ㆍ평가ㆍ보상ㆍ통계기관으로서 한국감정원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가 표방한 '공정성ㆍ전문성ㆍ윤리성'이라는 모토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주어진 문제를 해소해나가려 노력하는 주체들이 늘어날수록 국가와 사회는 행복해진다. 공기업으로서 부채감소와 방만경영 해소는 물론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아쉽기만 하다.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토옙스키는 28세의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할 위기를 맞았다. 반체제 혐의로 사형장에 몰려 마지막으로 주어진 5분. 그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2분간 기도하고 2분간 허송세월을 반성한 후 1분간 주위를 둘러보며 인사를 나눴다. 그대로 사형이 집행됐더라면 '죄와 벌' 등의 대작을 우리가 만나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행 직전 극적으로 감형 전갈이 당도해 살아남았다. 그에게 주어진 5분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것이다. 5분이라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충실하게 살아야 할 일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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