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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을 위한 변론 양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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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방산비리로 연일 시끄럽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유관기관과 협의 끝에 방위산업비리 합동수사단까지 출범시키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주축으로 포함해 100명이 넘는 대규모 합수단이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중순부터 윤일병 사건 등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는 군은 물론이고, 핵심기능을 국방부로 빼앗긴 방위사업청도 기세가 바닥에 떨어졌다. 풀이 죽어있는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방산기업 관계자들이다. 방산기업인들은 국방부의 눈치를 보랴, 방위사업청과 산하기관 분위기를 살피랴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얼마 전 방산기업 임원들을 만났다. 이 날 임원들은 기자에게 푸념을 쏟아냈다. 내용은 이렇다.


방산기업에서 생산되는 무기체계는 군의 요구사항에 충족한 제품들이지만 문제가 생길때마다 방산기업만 '불량 생산자' 오명을 덮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해군이 도입한 구축함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486CPU에 16MB 메모리를 갖춘 구형컴퓨터로 구동되는 전투시스템이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구축함도입사업을 결정하면서 군은 방산기업에 486CPU를 요구했다. 방산기업은 요구조건에 맞는 컴퓨터를 장착했지만 세월이 흘러 구축함이 전력화가 되자 구형컴퓨터가 됐다.


K9 자주포도 마찬가지다. 몇해 전에는 K9자주포에 4GB짜리 USB가 개당 95만원에 납품됐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K9자주포가 개발됐던 1990년 초에 군에서 요구한 4GB짜리 USB는 최상의 메모리 요구조건이었다. 방산기업 입장에서는 대용량 USB를 소량생산하다보니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 방산기업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관여하는 군기관이 많다보니 시간만 지체되고, 결국 군에 무기를 납품할 때쯤 되면 무기는 구형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기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긴데 각 군과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연관된 관계기관이 너도나도 개입해 알력을 행사하려다 보니 시간만 지체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산기업들은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대령급 이상의 예비역 고위 장교들을 채용했다. 개발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군내 기수나 인맥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고 '울며 겨자먹기'식 채용을 했다. 다행히 최근에 군피아 논란이 커지면서 더 이상 취업 청탁 건수는 줄어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또 군의 과도한 성능(ROC) 요구, 취약한 국방과학기술 연구ㆍ개발(R&D), 시제품 부족, 짧은 개발기간과 시험평가기간, 기술료와 지체상금 등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얼마전 국방부는 군피아 논란이 커지자 대책을 내놓았다. 국방부 방산관련 부서와 방사청의 퇴직자에 대한 취업실태 조사다. 불법취업한 예비역을 색출하고 채용을 주도한 방산기업에게 패널티를 주겠다는 취지다.


실현성 있는 대책인지 의문도 들지만 국방부의 대책은 앞뒤부터가 맞지 않는다. 방산기업과 공동으로 만들어낸 무기를 '자신들이 만들어낸 10대 명품무기'라고 치적을 쌓았던 국방부가 이제와서 '방산비리는 방산기업 탓'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방산기업들도 방산비리에 열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도 눈치만 보다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방산기업들의 변론을 대신할 수 밖에 없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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