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저도 인간인지라 성과가 없을 때는 범대본 공무원들과 잠수사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순간순간 저의 무능에 절망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범대본) 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18일 오후 4시 전라남도 진도군청에서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며 "아직도 찾지 못한 저기 앞에 계신 아홉분의 실종자들을 가족 품에 돌려주지 못한 채 수중수색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후 진도에서 사고수습을 총괄해 온 범대본은 이날 24시를 기해 해체된다. 사고 발생 216일 만이다.
이 장관은 "지난 4월16일 거짓말이었으면,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비극이 이곳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났다"며 "가장 즐거워했을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아들·딸들과 생계를 위해 밤을 새워 일하는 곳을 향하던 많은 분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희생당했다"고 말했다. 또 "실종자 수습을 위해 헌신해 오던 잠수사,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과 어업인분들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떠났다"며 회의시작에 앞서 묵념을 올렸다.
이 장관은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팽목항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울 때는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잠시 원망도 있었지만 슬픔에 절규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마지막 한사람이라도 수습하겠노라고 입술을 깨물었다"며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동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고 지난 7개월을 돌이켰다.
그는 "성과가 없을 때는 범대본 공무원들과 잠수사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순간순간 저의 무능에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국민이 절망과 슬픔에 힘겨워할 때 묵묵히 희생자 가족과 우리를 지원해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도군민과 자원봉사자 여러분, 매일 자신도 희생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오로지 실종자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고생하신 민간잠수사와 묵묵히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던 국방부의 육군, 해군 장병과 해양경찰청 여러분, 그리고 산적한 업무에도 이곳 진도에 와서 밤을 새워 근무해주신 관계기관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 발생일인 지난 4월16일 밤 구성된 범대본은 4월17일부터 운영됐다. 수중수색 종료를 발표한 지난 11일까지 210일간 연인원 6304명의 잠수사들이 3150회에 걸쳐 바다로 들어가 295명의 희생자를 수습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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