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17일 정홍원 총리 주재로 사행산업(장외발매소) 건전화방안을 마련한 것은 용산에서 시작된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사회적 갈등으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중인 경주류(경마·경륜·경정) 장외발매소는 67개소로 총량허용 72개소의 턱밑까지 올라와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는 사행산업 사업자의 매출총량과 영업장수의 총량을 통제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경마는 장외발매소 영업장 수 총량 32개소 중 현재 30개소가 운영중이며 서울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9곳), 인천(4곳), 부산(2곳), 대구·광주·대전·충남·경남(각 1곳) 등이다.
◆장외발매소 신규설치 억제=경륜은 장외발매소 영업장 수 총량 22개소 중 현재 20개소가 운영 중이며 역시 서울과 경기가 각각 7곳으로 가장 많고 부산2곳, 대전과 인천,창원이 각각 1곳이다. 경정은 장외발매소 영업장 수 총량 18개소 중 현재 17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 확장 또는 이전과 관련 마사회와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 이전과 관련, 이전시설이 학교와 인접했다는 이유로 지역주민과 학교관계자가 연계해 반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9월말까지 일부건물(지상 18개층 가운데 3개층, 입장정원 1500명 중 400명)에 대해 시범 개장했으며 평가결과에 따른 후속 대책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장외발매소의 총량 이내에 신규 설치를 억제하고 신설이나 이전할 경우에는 사전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2013년 기준 72개소를 총량으로 이 총량 안에서 신설하도록 하고 지역주민의 적극적 지지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외발매소 총량 승인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본장에 비해 장외발매소의 도박중독유병률이 높고, 현재도 경주류 매출구조 상 본장보다 장외발매소의 매출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조사지점별 도박중독유병률을 보면 경마는 본장이 47.8%인 반면에 장외발매소는 69.3%다. 화상으로 경마에 참여하는 경우가 직접 경주를 보는 것에 비해 도박중독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장외발매소의 매출비중은 경마 72.4%, 경륜 73.5%, 경정 85.8%등 70%가 넘는다.
◆기존 장외발매소 실태조사 실시=정부는 불가피하게 장외발매소 신설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우선 주거지역과 학교인근지역이 아닌 지역에 한해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협의를 전제로 허용하기로 했다.
장외발매소에 대한 영향평가제와 사전협의제 도입은 영업장 신설및 이전 시 지역사회 영향을 사전에 조사·평가해 선제적으로 부정적 요인을 제거한다는 목적에서 나왔다. 학교·주거지와 인접성 및 교통 민원 발생 가능성 등 주변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고 지역주민·전문가 등 의견 수렴 내역 및 적정성 등도 검토된다. 정부는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농식품부가 장외발매소를 신설하거나 이전·확장허가(또는 승인)를 하려면 사감위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내년 상반기 중에 사감위법을 개정해 하반기에는 시행할 계획이다.
문제 소지가 있는 장외발매소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실태조사를 벌여 장외매장에 대한 건전화 정도, 외부 환경요인 분석, 중점 개선방향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정부는 실태 조사결과에 따라 매장별 부정적 요인 완화를 위한 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 부정적 영향이 큰 장외 발매소에 대해서는 단계적 외곽이전 등을 포함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장외발매소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친화형 복합문화공간의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복합문화공간은 평일에는 주민문화생활 공간으로 활용하고, 주말에는 경주관람과 문화생활 겸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건전화에 효과적인 전층 지정좌석제 운영 영업장 수를 2016년까지 전 영업장으로 확대하고 지정좌석 확대로 인한 매출 감소 보완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 관계자·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노인층 일자리 알선·제공 등도 사회공헌도 강화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역주민친화형 복합문화공간화 추진=경찰청은 장외발매소 주변 범죄예방과 치안 대책을 담당한다. 지역경찰 자원 근무자 및 형사 등 각 기능별 외근 근무자를 집중 동원해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등·하교 시간대 112순찰차 및 도보순찰도 강화하기로 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을 활용해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비상연락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협조해서는 장외발매소 주변 노상방뇨·쓰레기 투기·고성방가 등 기초질서 위반행위와 불법 주정차 단속을 펼치고 범죄 취약 시간대(18:00∼22:00) 자율방범대 등 합동 순찰도 강화하기로 했다.
사감위는 현재 서울 부산 등 5개 지역에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올해 3개 지역센터(서울 서남부, 대전충남, 대구경북)와 강원센터 고한분소를 설치한데 이어 내년 3개소, 2016년 이후 6개소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내년 중 예방·치유·재활 종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박중독자 치유·재활을 위한 거주시설도 운영하는 한편, 도박문제 예방 및 홍보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현재 전체 장외발매소의 10%, 7곳에 불과한 전자카드제를 2018년까지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전자카드는 실명과 비실명카드로 거래내역과 출입일수 조회가 가능하고 이용금액,이용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어 도박중독 예방에 효과적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잦은 민원을 초래하거나 이용자 과몰입 등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장외발매소에는 전자카드제를 우선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외에 국민의 건전여가 선용을 목적으로 하는 사행산업 공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매출량 중심으로 돼 있는 평가지표를 조정하고 향후 공공기관 평가편람 개정 시 반영될 수 있도록 소관부처와 기획재정부간의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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