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글로벌 은행의 외환조작 사건에 글로벌 금융 당국이 부과한 첫 번째 벌금 규모가 12일 공개됐다.
시티은행을 비롯해 6개 은행이 미국·영국·스위스 금융 당국에 외환 조작과 관련해 총 43억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가장 많은 벌금을 내기로 한 시티은행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통화감독청(OCC), 영국 금융감독청(FCA)에 총 10억18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FCA에 3억5800만달러, CFTC에 3억1000만달러, OCC에 3억5000만달러 등이다.
다음으로 JP모건 체이스가 총 10억1200만달러, UBS가 8억달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6억3400만달러, HSBC 은행이 6억1800만달러를 내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OCC에만 2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연방금융시장감독청(Finma)는 UBS에만 1억39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FCA는 BOA를 제외한 5개 은행에 총 17억68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 FCA가 부과한 역대 최대 벌금은 2012년 리보 조작과 관련 UBS에 부과한 1억6000만파운드(약 2억5300만달러)였다.
FCA는 이번 징계와 관련해 2008년 1월1일부터 2013년 10월15일까지 효과적인 내부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를 받은 은행들은 시장을 조작해 고객이나 다른 시장 참여자들보다 먼저 이득을 취했으며 공공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와 관련해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FCA의 경우 이번 외환조작 관련 조사 기간은 리보 조작과 관련한 조사 때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다. 외환조작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여름 의혹이 제기됐으며 FCA는 지난해 10월 외환조작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외환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내놓지 않았고 제재 조치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금융당국과 제재 수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 했다. 바클레이스가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뉴욕 주정부 금융서비스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금융서비스국은 바클레이스에 대한 FCA의 제재 조치가 너무 약하다며 합의를 거부했고 바클레이스는 이번 벌금 부과 대상 은행에서 빠졌다.
FCA는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은행은 바클레이스 뿐이라며 바클레이스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스는 FCA와 CFTC 등 당국과 협력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 조작과 관련한 당국의 제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국 법무부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영국의 중대부정단속국(SFO·Serious Fraud Office) 등이 현재 외환조작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시티그룹은 외환조작 관련 혐의와 관련 다른 몇몇 금융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건도 미 법무부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리보 조작과 관련해서는 2년여 전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벌금이 부과됐고 지금까지 12개 은행들에 최소 65억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됐다. UBS는 특히 리보와 관련해서만 약 15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금융당국의 리보 조작 조사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원유와 귀금속 등 상품 시장에서 이용되는 수십 개 벤치마크 지수에 대해서도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외환 조작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30여명의 은행 직원들이 징계를 받거나 옷을 벗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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