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러시아 통화인 루블화의 끝없는 추락으로 러시아 경제 타격이 큰 상황에서 러시아인들은 쇼핑 삼매경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루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30% 이상 추락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금융시장이 외환위기를 맞이하거나 경제 장기불황 속에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쇼핑 삼매경이다.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루블화 가치 하락분이 수입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제품을 사두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애플, 소니 등 수입 브랜드 매장 270개를 운영하고 있는 인벤티브 리테일그룹은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인들이 평소 보다 일찍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이를테면 55인치 대형 TV나 HD TV를 사는데 평소 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컨설팅회사 왓컴도 "루블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러시아 쇼핑몰의 고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인들의 쇼핑 붐은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 인구가 밀집해 있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법률인 올가 스로보드스카야씨는 "지난주 애플 노트북을 구매했는데, 매장 직원이 사려고 마음을 먹은 물건이라면 최대한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고 귀띔해줬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자제품 유통 체인 엠비디오는 매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수입품에 루블화 가치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블화 하락은 쇼핑 붐 외에도 중산층의 저축 스타일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루블화로 저축된 여윳돈을 달러나 유로로 바꿔 저축하는 계좌 바꿔치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업계는 러시아 경제와 통화에 불안을 느끼는 중산층이 여윳돈을 안전한 달러나 유로로 바꿔서 보관하려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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