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아시아 맹주를 노리는 중국이 주최하는 자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일부터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중국의 APEC 정상회의 개최는 2001년 상하이(上海) 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총력전을 펼쳐온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아시아태평양의 꿈'이라는 비전까지 제시하며 지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적 팽창을 견제하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 APEC 정상화의에서 어떻게 기 싸움을 벌일지가 관심거리다.
중미 관계 외에도 최근 영유권문제로 갈등해온 중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가능성과 러시아와 중국간의 협력 강화 등도 이번 회담을 통해 아태지역의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 미에 신형대국관계 구축 압박 = 이번 다자 정상회의의 핵심은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만남으로 압축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12일 열리는 중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형대국관계 구축과 관련한 후속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본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신형대국관계 건설에 합의한바 있지만 양국이 받아들이는 신형대국관계의 의미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통해 아ㆍ태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려고 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이 기존 패권질서에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 협력'과 '선의의 경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직속의 국책연구기관인 외교학원의 왕판(王帆) 부원장은 최근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중국이 제창한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의견을 표명하고 이를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시 주석이 그동안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신형대국관계와 관련해 구체적인 외교ㆍ안보 의제들을 꺼내들고 미국의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역의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이번 APEC 회의를 계기로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일관계 변화오나=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양국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중일관계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어느 정도 회복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중국은 지난 7일 중일 양국간 '정치적 상호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양국 관계 처리 및 개선에 관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APEC 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일본 언론을 통해 중일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나온 뒤에도 "일본이 실제 행동으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양국 지도자의 접촉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나 APEC 회의를 매개로 한 양국 정상의 만남이 공식적인 정상회담이 된다고 해도 상당기간 경색된 양국관계가 쉽게 풀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공통된 관측이다.
◆미에 맞서는 중러, '찰떡궁합' 가능성='신(新) 밀월기'에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중러 양국은 이번 APEC 무대에서 또다시 끈끈한 관계를 과시할 전망이다.
군사, 외교, 안보,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을 공동 견제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방중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미 '서부노선' 개통과 관련해 기술적, 상업적인 부분 등에서 합의를 달성했다"며 양국 간의 또 다른 초대형 가스계약 체결이 목전에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이른바 '동부노선'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4000억 달러(약 410조2000억원) 규모다.
푸틴 대통령이 방중에 앞서 서부노선 사업을 거론하며 중러 간 경제적 밀착을 부각한 것은 미국 등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서방에 대한 일종의 '견제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중국도 러시아의 아픈 곳을 긁어주면서 공동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APEC 관련 기사에서 "아태지역 무역주도권을 둘러싼 (중미 간) 격렬한 공방전은 이미 시작됐다"며 "(중국은) '중국의 방안'을 제출하고 (새로운) 규칙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첨예한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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