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지우려는" 박근혜 대통령…세월호에 눈은 감고 입은 닫았다
[아시아경제 김진욱 인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29일 국회를 찾았다. 본청으로 들어가던 박 대통령은 철야농성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했다. 37분에 달하는 이날 연설에서 '세월호'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 90여명은 1시간 전부터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40분쯤 국회 본청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만나주세요"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경찰 등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유가족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배웅을 받으며 서둘러 본청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유족들은 "우리가 죄인이냐"며 눈물을 흘렸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악수하셨습니까? 꼭 악수하십시오"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문 의원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다. 2시간 뒤 회동을 끝내고 본청을 나갈 때도 유가족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시정연설의 분량은 원고지 86장 분량으로 2465개의 단어가 사용됐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59회 등장했다. '국민'과 '안전'이 각각 31회, 19회 등장했다. '세월호'는 없었다.
야당은 박 대통령에 "직접 나서 세월호를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힘드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진욱 인턴기자 ll959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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