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0명 혜택…예산 500억, 선착순이라 경쟁 치열할 듯
주택금융공사 보증까지 우리은행에서 한 번에 가능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서울 이문동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에 사는 이모씨(30)는 월말이면 월세 걱정에 잠이 오질 않는다. 3년째 졸업유예를 한 채 취업준비를 하면서 나가는 학원비와 어학시험 응시료 등으로 매월 50여만원을 쓰면 월세 내기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집에 손을 벌리기가 힘들어진 이씨는 졸업을 결심한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취준생'에게 2% 저리로 월세를 대출해준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의 하나로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월세 대출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취준생과 임금이 낮은 근로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보증부월세(반전세) 거주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월세 저리 대출은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다소 줄여줄 전망이다.
이번 대책의 대상은 ▲고교·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직업은 있지만 소득이 낮은 기초생활수급자로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근로장려세제(EITC) 가입자 등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건은 더 까다롭다.
취업준비생의 경우 부모의 연소득(부부 합산)이 3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현재 부모와는 따로 살면서 고교 또는 대학 졸업생(만 35세 이하)이 대상이다. 다만 졸업한 지 3년이 지나선 안 된다. 희망키움통장 가입자의 경우 통장 가입 요건인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60% 이상인 기초생활수급자'를 충족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춰 대출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 2%의 금리로 매월 최대 30만원씩 2년(24개월)간 720만원까지 월세를 대출받을 수 있다. 한 달 이자는 6000원 정도다. 대출금은 3년의 유예기간 뒤 한꺼번에 또는 3년에 걸쳐 갚으면 된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월세를 못 갚을 위험에 대비해 주택금융공사의 월세 대출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택금융공사를 찾아갈 필요는 없다. 우리은행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서다. 월세 대출 상품을 1년 이상 이용하면서 연체일수가 30일 이내인 사람은 나중에 주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금리 혜택(0.2%포인트 인하)을 준다.
이 상품은 연내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국민주택기금 총괄수탁은행인 우리은행만 신청을 받는다. 우리은행이라면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500억원 한도 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월세 30만원 한도를 감안하면 약 7000여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선착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액 30만원은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소득 10분위 중 가장 낮은 1∼4분위 가구의 평균 월세 부담이 25만7000원으로 나온 것을 준거 삼아 책정했다"면서 "일단 내년 1년간만 시범운영한 뒤 성과와 문제점 등을 보고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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