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돈없어 시간없어…취준생들, 아파도 참는다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병원 치료받는 시간이면 토익 모의고사 한권을 풀 수 있는데"…강박장애로 정신건강까지 위험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1 "취업준비생인데요 얼마 전 무릎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걷는 데 무리는 없는데 의사가 수술하고 3개월 정도 치료해야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입사철이라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무릎을 이대로 조금만 방치해도 괜찮을까요?"


#2 "2년차 취준생입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취업은 안 되고 아버지가 작년에 정년퇴임을 해서 경제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이제 제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데 요즘은 책 한 장도 보기 싫습니다. 꿈도 포기했고 그냥 이 사회가 싫습니다. 정신과에 가 봐야 할까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취업게시판에 올라온 고민상담 글들이다. 과거에는 취업관련 노하우나 서적 등을 자주 문의했지만, 최근엔 정신적ㆍ육체적 질병에 대한 고민글이 자주 올라온다.


취업준비생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건 물론 경제적ㆍ정신적 이유로 제대로 치료받지 않아 또 다른 '의료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일정한 소득이 없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데다 공부시간을 뺏겨 남들에 뒤처질까봐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한다고 말한다. 3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민준호(29)씨는 "감기라도 한 번 걸리면 최소한 일주일은 시간이 뺏긴다"며 "하루 10시간 공부한다고 치면 70시간인데 행정법 1회독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고시생에게 아픈건 사치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대기업 입사 준비를 해 온 유지영(27ㆍ여)씨 역시 "병원 진료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며 "나도 모르게 '이 정도 시간이면 토익 모의고사 한 권은 푸는데'라고 되뇌이게 된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니 치료가 비교적 간단한 질병도 만성화되는 게 예사"라고 말했다.


육체적 건강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신적 건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체적 질병에 비해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 질병의 경우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더 큰 질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상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기거나 이유 없이 화가 나는 것이 심각해지면 우울증이 생기거나 반사회적 성향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구직자 661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으로 인해 화병을 앓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6%가 '화병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화병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들 중 95.9%는 이로 인해 다른 질병까지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2년째 공기업 입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구정민(28ㆍ가명)씨는 "하루 일과 전체를 공부하는 데에만 쏟아 부어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마저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극심한 청년실업이 취준생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도 파괴시키는 셈이다.


조성근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취준생이 강박행동(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강박사고(취업해야 한다는 불안감)를 떨쳐내기 위해서다"며 "그런데 취업이 어려우므로 강박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행동도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심해지면 더 큰 정신적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 대면할 시간이 없으면 온라인으로도 정신치료를 하는 곳이 있으니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