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으로..자의로..10대社서 연초 후 63명 이탈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가 올해 들어 대거 줄었다. 극심한 증시 침체 속에 구조조정의 한파를 맞거나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인원이 10대 증권사에서만 63명에 달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중 7곳이 연초에 비해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22명까지 애널리스트 수가 감소했다.
현대증권의 감소 규모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투자증권(15명), 유안타증권(10명), 삼성증권(8명), 대신증권(5명), 신한금융투자(2명), KDB대우증권(1명)이 뒤를 이었다.
현대증권의 경우 지난 3월 리서치센터 축소개편 당시 애널리스트 수가 30여명 줄었다. 현대증권은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자 기존 4부 15개팀 체제로 운영되던 리서치센터를 부서 없이 센터 직속 10개 팀으로 쪼그라뜨렸다. 이 때 리서치센터를 떠난 애널리스트들은 다른 업무에 배치되거나 아예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 역시 구조조정에 애널리스트 10여명이 이탈했다.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시절이던 지난 1월 직원 500명을 감원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증권사들은 수년간 이어진 증시 부진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자 일반 직원 구조조정과 함께 고액 연봉자인 애널리스트를 계속 줄이는 추세다.
우리투자증권은 5월 412명의 희망퇴직자 명단에 애널리스트는 없었지만 부서 이동, 본인 의사에 따른 퇴직 등이 줄이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타 부서 수요가 있어 전출이 많았고 일부 인원은 대학원 진학 등의 이유로 회사를 나갔다"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연적으로 감소했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타사로 이직한 애널리스트가 약간 있긴 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업무를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이 때문에 베스트 애널리스트라 해도 크게 인정받지 못함은 물론이고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어도 연봉이 깎이고 증권사 안에서 일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CJ E&M 사태가 불거진 이후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는 더욱 줄었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기업홍보(IR) 담당자들의 몸 사리기가 일상화해 기업 분석 수준은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이제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들은 IR 담당자가 불러주는 그대로 보고서를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애널리스트들 연봉은 최근 3년간 평균 20∼30% 삭감됐다. 반면 업무량은 늘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설명회 횟수가 3년 전 연간 2900여회에서 지난해 3900여회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애널리스트 일 중 마케팅이 20~30%를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80% 이상"이라며 "보고서의 질은 안중에 없고 마케터로서 서로 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 숫자가 감소하고 증시 분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금융투자업계 전체로 봤을 때 마이너스"라며 "증권사들은 미래를 위해 이 부분에 비용을 더 투입해야 하고 개별 애널리스트들도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질 향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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