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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시정연설…1년전 비해 '구체적ㆍ감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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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용 잦고 감정적 표현 많이 구사…경제ㆍ안전 비중 크게 늘어나
'한강의 기적'類 향수자극 사라져…경제민주화ㆍ정치ㆍ교육도 언급 '無'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29일 시정연설에는 지난해보다 구체적 수치가 많이 등장하고 정서에 호소하는 표현이 잦아진 특징이 있다. 경제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은 지난해와 같지만 그 비중이 크게 늘었다. 경제민주화나 교육, 정치, 통일 등 이슈에 대한 관심은 경제위기와 혁신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이날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서 70여 번에 걸쳐 구체적인 금액이나 비율, 개수 등을 언급했다. 지난해 연설에선 18번에 불과했다. 경제뿐 아니라 안전, 통일, 교육, 정치 등 현안을 두루 점검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실상 '경제' 한 가지 이슈로 연설문을 꾸리다보니 생긴 변화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시정연설이 매우 '감정적'으로 느껴진 것은 그런 단어들을 의도적으로 골랐기 때문이다. '혼신의 노력'이나 '총력을 다해야', '절박한 심정', '기가 막힌 일'과 같은 표현이 수차례 등장했다. 구체적 수치를 언급한 뒤 그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는 방식의 연설을 기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부분에서도 지난해에는 '부탁드린다'로 통일했던 게, 올해는 '당부드린다', '호소드린다', '한시바삐' 등 단어를 돌려써가며 절박함을 표시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시정연설 후 야당에서 '70년대 경제개발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제기했는데, 이를 의식한 것인지 그런 표현이 사라진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사막ㆍ정글ㆍ탄광 등에서 땀 흘린 노력'을 언급하며 재도약을 다짐했었다. '한강의 기적'이나 '철폐', '부흥' 등 그 당시 용어도 많이 썼다. 올해는 '척결'과 '적폐' 두 단어를 제외하곤 그런 어감이 나는 표현은 찾을 수 없다.


내용면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위기의 한국경제'를 강조한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식으로 짧고 포괄적인 표현을 쓴 반면, 올해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길고 장황하게 위기의 증거를 내세웠다. 20조원에 달하는 확대재정 편성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지난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정책방향을 설명했던 경제민주화와 통일, 정치, 교육 등 이슈는 올해 시정연설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단연 '경제'로 지난해 46번에서 올해 59번으로 늘었다. 창조경제는 13번과 10번으로 비슷했다. 전체 연설 분량은 A4 용지 기준 지난해 15장, 올해 18장이다.


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6번에서 19번으로 언급 횟수가 증가했다. 안전과 관련해 지난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선결과제'라고 했고, 올해는 '국가의 기본책무인 국민의 안전부터 확실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혁신과 개혁이 지난해 각각 1번, 3번에서 올해 14번, 11번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변화다. 반면 정치라는 단어는 7번에서 0번이 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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