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지금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 위기에서 빠져 나오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지출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아버린다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활성화에 두고 예산도 올해보다 20조원 늘려 편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가정도 형편이 어려울 때 가족 모두가 손을 놓고 있으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해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하듯이 국가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지혜롭게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확대재정 편성의 불가피함과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재정건전화 방안에 대해선 "2018년까지 중기재정계획을 마련했고, 이 계획에 따라 균형재정의 기반이 만들어지고 국가채무도 30% 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적어도 현 정부가 출발할 때의 재정상황보다는 더 나은 국가살림을 만들어서 다음 정부에 넘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하면 다음 정부와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고 큰 짐을 지우게 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금년 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잇따라 제기된 방산ㆍ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면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에 이어 각종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재차 호소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해달라는 것과 김영란법ㆍ유병언법 등 부정부패 방지법안, 서비스산업육성ㆍ자본시장법 등 경제법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실을 찾아 5부요인, 여야 지도부 등과 비공개 환담을 가졌다. 30여분 간 진행된 연설 뒤에는 국회 귀빈식당으로 이동해 여야 지도부와 별도의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참석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같이 했다. 청와대에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지도부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다시 이뤄진 것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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