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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사랑한 233㎝ 美男 "올해는 덩치값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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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분석가 커티스 존슨, 2011년부터 국내대회 참가 "이번엔 8강이 목표"

씨름 사랑한 233㎝ 美男 "올해는 덩치값 해야죠" 커티스 존슨[사진=대한씨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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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열심히 연습했는데 8강 이상은 노려야죠."

체격만 놓고 보면 최고다. 신장 233㎝ㆍ체중190㎏. 흑인 특유의 강한 힘과 유연함도 갖췄다. 그러나 모래판은 힘만 겨루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기술을 요구한다. "한국 선수들은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이 탁월하다. 특히 다양한 기술에 이은 되치기는 예술이다."


커티스 존슨(34ㆍ미국)이 다시 한 번 씨름에 도전한다. 김천체육관에서 11월 10일 열리는 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 참가한다. 그는 2011년부터 꾸준히 출전한 대회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64강에 올랐다. 김병헌(59) 대한씨름협회 실무부회장은 "훈련량이 부족해 한국선수를 따라잡는데 한계가 있지만 지난 1년여 동안 기본기를 많이 다듬었다"며 "지난대회 이상의 성적이 기대된다"고 했다.

존슨은 "한국에서 열린 지역장사 씨름대회 동영상을 세세히 관찰해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주일에 2~3회씩 김상현(49) 코치로부터 과외를 받았다. 뉴욕의 한적한 공원을 찾아 풀밭에서 샅바를 부여잡았다. 몇몇 선수들이 가세하면 코니아일랜드 등의 모래사장을 찾아 실전 경험을 쌓았다. "웨이트트레이닝, 달리기 등으로 체력도 키웠지만 자세 교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제 중심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력의 흔적은 최근 훈련과정에서 속속 드러났다. 그는 100㎏급 대학선수들을 여러 차례 넘어뜨렸다. 김 부회장은 "허리놀림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경기도 차근차근 풀어간다"고 했다. 주특기인 들배지기와 들어놓기도 견고해졌다. 존슨은 "이봉걸(57) 에너라이프 씨름단 감독, 이준희(57) 한국씨름연맹 경기위원장, 이태현(38) 용인대 교수 등이 알려준 기술을 내 스타일에 맞게 변형시켰다"고 했다.


씨름 사랑한 233㎝ 美男 "올해는 덩치값 해야죠" 커티스 존슨(가운데)[사진=대한씨름협회 제공]


씨름을 향한 열정에 존슨은 주 업무를 잠시 미뤘다. 그는 뉴욕의 바클레이스 은행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한다. 몇몇 매체에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씨름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당초 제출한 3주 휴가에 3주 무급 휴가를 추가로 신청했다. "미국에서는 씨름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존슨은 27일까지 구미시청에서 훈련한 뒤 다음날 전국체육대회(10월28일~11월3일) 관전을 위해 제주로 향한다. 구미시청으로 내달 1일 돌아와 천하장사씨름대축제를 위한 최종 훈련을 한다. 바쁜 일정에도 그는 스승 이봉걸 감독의 건강을 챙긴다. 허리수술을 받은 대전병원을 찾아 수시로 상태를 체크한다.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받은 출연료 전액을 치료비로 내놓을 정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봉걸 감독은 "땡큐"만 반복했다. 존슨은 "우리 사이에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 'ET'에서 주인공 엘리어트와 외계인이 나누는 손가락인사와 같이 단순한 몸짓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형님'이 하루빨리 병상에서 일어나 기력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했다.


씨름과 사람을 향한 애정이 깊은 존슨은 한국에 계속 머무를지도 모른다. 대한씨름협회가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각 실업팀당 한 명씩의 보유할 수 있게 해 씨름의 세계화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이미 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서 외국인선수의 출전을 유도하며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에도 스페인, 스위스, 뉴질랜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10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씨름 사랑한 233㎝ 美男 "올해는 덩치값 해야죠" 실전 훈련 중인 커티스 존슨(오른쪽)[사진=대한씨름협회 제공]


존슨은 "약혼녀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다면 한국에서 씨름선수로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생활에 만족해 귀화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존슨이 이 정도로 씨름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패자를 배려하는 스포츠다. 승자가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주고 모래를 털어주는 모습에 항상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이제는 내가 한국선수들을 일으켜주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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