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북한이 최근 열린 동북아 5개국 회의에서 남한에 공동전시, 합동순회공연 등 문화교류를 제안했다. 같은 민족으로서 공유하는 무형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공동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지난 1~2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동북아 무형유산보호 협력회의에서 북한 측과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시아 5개국이 최초로 개최한 무형유산보호와 관련 회의이자 남북한의 첫 공식만남이었다. 북한에서는 로철수 민족유산보호지도국 부국장을 중심으로 7명이, 남한은 8명이, 중국과 일본에선 각각 2명이 참가해 사실상 남북한이 주인공이 된 셈이다. 북한의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우리나라 문화재청에 해당한다.
센터에 따르면 이번 공식 회의에서 로 부국장은 북한의 유네스코 대표목록 등재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와 같은 분단 상황에서 북한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아리랑이나 김장김치 등을 단독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민족의 공동유산을 간직한 남북한이 따로 단독 등재를 하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남북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져 합의가 된다면 남북한이 공동등재를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에서는 다음 등재 대상으로 씨름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문화유산 보호에서 고정된 물질유산보다는 살아있고 발전하는 비물질유산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민족 공동의 무형유산을 같은 민족으로서 공유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에선 최근까지 '비물질민족유산 국내목록'이란 이름으로 아리랑, 김치 담그기, 막걸리 담그기, 장 담그기, 치마저고리 차림풍습, 평양냉면, 연백 농악무, 씨름 등을 자국의 무형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아리랑과 김치 담그기의 경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각각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제출했다. 북한 아리랑 등재에 대해선 오는 11월께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공식 회의와는 별도로 남북한 대표단이 만난 자리에서는 "씨름을 남북이 공동등재 할 수 있겠냐"는 우리 대표단의 질문에 로 부국장은 "남북한 양측 대표들이 만나 합의가 된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며 "무형유산분야에서의 협력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북한 대표들은 강한 어조로 "민족의 동일성을 지키고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정서와 가치관을 담은 무형유산(북측 표현으로는 '비물질문화유산')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공동 전시회나 합동 순회공연 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만남은 남북이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유사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공동등재 방향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5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내용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번 회의에 참석한 5개국 대표들은 공유하고 있는 무형유산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 정보와 자료를 수시로 교환하고, 매년 1회씩 유네스코북경사무소를 통해 정례적인 모임을 갖기로 결의했다.
이삼열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은 "이번 만남을 센터에서 2년간 준비해 왔고, 북한에서도 예상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며 "우선 남북 양국은 무형유산과 관련해 정보교환을 해야한다. '아리랑'의 경우도 세계화 이전에 민족화가 필요하다. 남북한 공동유산 연구와 전시 등을 통해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도록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태무형유산센터는 지난 2003년 유네스코에서 무형문화유산협약이 채택된 이후 2005년 협약에 가입한 회원국들이 모인 총회에서 아태지역 무형유산 보호와 진흥을 위해 설립이 추진됐었다. 이후 2011년 한중일 3개국에 각각 ▲정보·네트워킹 ▲교육 ▲리서치 등으로 역할을 나눠 센터들이 건립된 바 있다. 현재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161개국으로, 이 중 아태지역 국가는 48개국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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