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 조기투입·대타작전 성공으로 PO 1차전 승리…오늘 저녁 '20승' 밴 헤켄 앞세워 2연승 도전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프로야구 넥센의 염경엽 감독(46)에게 내일은 없는 듯 했다. 깡마른 그의 가슴 속에서 사자의 심장이 고동쳤다. 그 뜨거움이 플레이오프(5전 3선승) 첫 판을 지배했다. 6-3 역전승. 꼴찌에서 4위로 뛰어올라 준플레이오프에서 NC를 박살낸 LG의 뜨거운 질주가 목동에서 멈춰버렸다. 시리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넥센 쪽으로 기울었다.
이기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불꽃을 튀겼다. 첫 경기를 잡기 위해 공격과 수비에서 총력전을 했다. 염 감독의 음성은 싸늘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다음 기자회견에서 "이제 1승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매 순간을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겠다. 더 절실한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독한 야구'는 마운드 운영에서부터 나타났다. 1-3으로 뒤진 5회초 선발투수 헨리 소사(29)가 1사 뒤 LG 김용의(29)에 볼넷, 박용택(35)에 우전 안타를 내줘 1ㆍ3루 위기에 놓이자 곧바로 불펜에 지시를 내렸다. 그의 선택은 조상우(20)였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서는 신인. 그러나 올 시즌 넥센이 자랑하는 '필승계투조(선발 6이닝-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주축이다.
필승조를 올릴 시점인지, 누구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경기는 전반을 끝내고 후반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놓였다. 두 점을 지고 있는데 필승조를 선뜻 마운드에 올리는 감독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염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그의 결단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수립한 전략과 데이터에서 나왔다. 염 감독은 시리즈를 앞두고 "LG 타선을 6회까지 3점 이하로 봉쇄하면 설령 뒤지고 있더라도 뒤집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대로 됐다. 조상우는 5회초 1사 1ㆍ3루에서 LG 4번 타자 이병규(31ㆍ등번호 7번)를 병살타로 잡더니 7회까지 2.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투수가 됐다. 염 감독은 "(조)상우가 실점 상황을 막아주면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했다. 조상우도 염 감독의 생각을 잘 이해했다. 그는 "길게 던질 것을 짐작하고 올라갔다"고 했다.
넥센의 불타오르는 의지 앞에서 LG는 지리멸렬했다. 3회초 무사만루의 대량득점 기회에서 김용의가 홈에 뛰어들다 아웃됐고, 이병규는 2루에서 앞선 주자 박용택을 추월해 아웃되는 코메디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1루 또는 2루에 있는 주자가 홈을 향해 달릴지 3루에 멈출지를 결정하는 최태원 코치(44)의 판단도 부정확했다. LG 주자가 홈에서 아웃된 경우는 준플레이오프에서만 세 차례였다.
염 감독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 선발투수로 올해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35)을 예고했다. 역시 '6이닝 3실점'을 기대한다. 그 뒤는 필승조로 막으면 된다. 그래서 조상우와 한현희(21), 손승락(32)의 보직 구분도 없앴다. 1ㆍ2차전을 모두 이기고 잠실구장 원정에서 1승 1패로 한국시리즈행을 확정하겠다는 계산이다.
5전 3선승제로 열린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79.2%(19/24ㆍ양대리그, 7전 4선승제 승부 제외)다. LG의 2차전 선발은 신정락(27)이다. 올 시즌 열다섯 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6.66을, 넥센을 상대로는 세 경기 1승 평균자책점 5.87을 기록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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