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의 우승 미션 "13번홀과 씰코너를 극복하라"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3번홀의 저주, 그리고 '씰코너'.
2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1ㆍ7225야드)에서 개막한 57번째 코오롱 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을 제패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우승 미션이다. 김형태(37)는 실제 지난해 13번홀(파3)에서의 규칙 위반이 뒤늦게 밝혀져 품에 안았던 '내셔널타이틀'을 강성훈(27)에게 상납하는 아픔을 맛봤다. 바다표범을 닮았다는 마지막 16~18번홀, 이른바 '씰코너'에는 "마지막 보기를 범하면 우승할 수 없다"는 징크스가 도사리고 있다.
▲ "13번홀의 저주를 극복하라"= 애칭이 스플래시(splash),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공이 물에 빠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곳이다. 221야드의 전장에 아일랜드 그린으로 조성돼 선수들은 클럽 선택부터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해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격전지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ㆍ7215야드) 17번홀(파3)을 연상하면 된다.
2009년 초청선수로 등판한 이시카와 료(일본)가 1~3라운드 연속 티 샷을 물에 빠뜨려 첫 희생양이 됐다. 프로 데뷔 후 사흘 연속 같은 홀에서 티 샷을 워터해저드로 보낸 건 처음이었다. 이시카와 역시 "홀 위치와 상관없이 그린 중앙을 노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매번 공을 페이스 중앙에 맞히지 못했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시 대회 최종 4라운드는 9월의 13번째 날에 끝났다.
김형태의 지난해 악몽은 티 샷이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 구역에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2온 2퍼트' 보기로 홀아웃했지만 중계를 지켜보던 외국 선수들은 두 번째 샷을 하기 전 왜글 과정에서 클럽 헤드를 지면에 접촉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쳐 골프규칙 13조-4항에 의거 2벌타가 부과됐다. 보기가 트리플보기로, 5언더파의 우승스코어는 3언더파로 정정되면서 순식간에 공동 2위로 밀려났다.
김형태는 사인을 거부하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TV 화면상으로도 명백한 규칙 위반이 입증됐고, 강성훈은 '어부지리'로 2주 연속 우승에 이어 상금랭킹 1위까지 접수하는 아이러니가 이어졌다. 이 대회 우승상금이 무려 3억원, 상금왕 등극의 동력이 됐다. 김형태는 올해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의 아픔을 씻기 위해서라도 사력을 다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 "씰코너를 돌파하라"= 16번홀(파3)에서 시작해 17번홀(파4), 18번홀(파5)로 이어지는 3개 홀이 바로 하늘에서 보면 씰(Sealㆍ바다표범)과 비슷한 모양이다. 일단 파3와 파4, 파5 등 서로 다른 기준 타수에 걸 맞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지난 10년 동안 2010년 양용은(40ㆍKB금융그룹)과 2011년 리키 파울러(미국)를 제외한 8명의 역대 우승자가 보기를 기록하지 않았다.
양용은은 16, 17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했지만 추격자인 노승열(23ㆍ나이키골프)이 17, 18번홀에서 같이 연속보기를 기록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울러의 17, 18번홀보기는 2위와의 타수 차가 워낙 커 우승과 상관없는 스코어가 됐다. 무려 6타 차의 대승(16언더파 268타)을 완성했다.
2008년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그러나 씰코너에서 자멸한 대표적인 선수로 남았다.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16번홀과 18번홀의 징검다리 보기로 연장전 진출마저 실패했다. 배상문(28ㆍ캘러웨이)은 그러자 18번홀에서 안전하게 '3온 2퍼트' 전략을 구사해 '우승 파'를 잡아냈다. 배상문은 2009년에도 마지막 3개 홀에서 파 행진을 거듭해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8번홀은 특히 페어웨이 왼쪽으로 커다란 연못이 그린까지 이어지는 전형적인 '승부홀'이다. '2온'을 시도해 가볍게 이글을 잡아낼 수 있지만 실패하면 워터해저드나 벙커의 혹독한 응징을 각오해야 한다.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내셔널타이틀'의 위상에 맞춰 16~18번홀 등에서 3개 홀의 스코어를 합산하는 '3개 홀 연장전'이 치러진다는 점도 관심사다.
천안(충남)=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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