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간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던 외국인이 전날 다시 '팔자'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1910선으로 주저앉았다. 전날 중국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경제성장률이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에서 경착륙(급격한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여전히 불안하고 대내외 변동성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증시의 조정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달러화 강세현상의 진정이나 유가의 상승전환 등 긍정적인 신호들도 있어 단계적인 상승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변동성 확대구간에서는 실적개선주와 개별 모멘텀 중심의 투자전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 국내증시의 추가적인 지수하락은 제한적이나 대내외 변동성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반등시도 역시 기술적 성격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펀더멘탈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안도감을 갖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유럽·중국(G3) 가운데 미국의 경제지표는 양호한 반면 유럽과 중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리스 지원으로 불안심리 완화됐지만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한 경계심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7.3%로 예상치 7.2%를 상회했으나 2분기(7.5%)보다 낮고, 중국정부의 연간 목표치(7.5%)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ECB와 중국정부가 추가 정책대응에 나설 것이란 심증은 강하지만 물증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관망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23일은 현대차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6000억원 내외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신차효과에 대한 낮은 기대치로 4분기 이익 가시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며, 한전부지 인수에 대한 부담감은 잔존해 있다. 낙폭과대 이외에 상승 모멘텀도 부재한 상황이다. 아울러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외국인은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는데, 외국인의 수급 반전 없이 코스피 상방향 타진은 불가하다. 코스피가 불규칙한 등락(1900~1960P)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개별 모멘텀 중심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적개선주를 비롯해 월말 증시 활성화 방안의 수혜를 입을 증권주,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배당주 등에 관심을 둘 만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 글로벌 금융시장의 비이성적 움직임에서 파급된 유탄은 코스피의 극단적 저평가 국면 진입으로 연결됐다. 실적 리스크가 확대된 국내증시라지만, 실적 우려를 상당부분 선반영한 상황에서 순자산 가치를 하회하는 주가 하락은 이성의 영역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1900 초입에서 매도보단 보유를, 관망보다는 중장기 우량주 매수를 권고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제 국내증시는 본격적인 자율반등과 이격 좁히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간의 비이성적 행보를 자각하기 시작했고, 다시 이성의 견지에서 투자판단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현상의 진정이나 유가의 상승전환은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분명한 증거다. 또 글로벌 경기둔화와 함께 매크로 위기 재발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 시점의 경기방향은 과거 글로벌 쇼크상황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연초부터 9월까지의 한국의 주요 시장별 누적기준 수출실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은 10.3%, EU지역은 9.1%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부진(누적 -0.7%)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예상을 상회한 3Q GDP 성장률과 9월 매크로 지표의 개선을 감안해본다면 상황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섣불리 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본격적인 시장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이탈한 외국인의 귀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20일 누적 순매수를 살펴보면, 통상 3조원 순매도 레벨이 중요한 방향선회의 분기점으로 작용해왔다. 물론 본격적인 매수전환을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변수 확인과 함께 3분기 실적 리스크 해소가 필요하다. 향후 시장의 행보는 V자 형태의 반등보다는 외국인 매도 완화와 함께 간헐적·선별적 매수세에 기반한 단계적 기조의 자율반등일 가능성이 높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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