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통합법인 출범과 함께 검열 논란에 휩싸인 다음카카오가 공지사항에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침을 알리고 나섰다. 그러나 이 정책의 명칭을 '외양간 프로젝트'로 붙이면서 카카오다운 재치가 엿보인다는 반응과 동시에 일각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에 맞지 않는 지나친 희화화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다음카카오는 공지사항을 통해 대화내용 저장기간 축소와 비밀대화 기능 도입을 골자로 한 '외양간 프로젝트'를 연내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원들이 해외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시급히 프라이버시 보호대책을 강구한 것이다.
'외양간 프로젝트'는 사고 후 대책 수습에 나선다는 뜻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 측은 사과문에서 "그저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법과 울타리만 잘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해왔다고 안주했었던 것 같다"면서 "이용자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고 소임임을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았다"고 밝혔다.
울타리 관리를 제대로 못해 회원들을 대거 잃게 됐으니 앞으로 관리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에 나섰음을 이용자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알맞은 '외양간'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시인하면서 '외양간'이라는 익살을 부려 사태를 희화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믿고 이용해준 이용자들에 피해를 끼친 데 대한 반성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양간 프로젝트 시행으로 다음카카오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해 정보보호를 강화한다. 프라이버시 모드를 이용한 1:1 비밀 대화 기능은 연내 적용할 예정이며, 내년 1분기까지 다수가 참여하는 그룹 대화방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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