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 기자] 우리 정부가 최근 5년간 민간인 납북자 송환 관련 22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단 한명의 납북자도 송환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따라 옛 서독이 동독의 정치범을 송환하기 위해 현금과 현물을 지급한 프라이카우프제를 도입하라는 제안도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의 심재권 의원이 8일 낸 통일부·산하기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북한에서 귀환하지 못한 전시·전후 납북자 3891명(9월 말 현재)의 송환을 위해 최근 5년간 229억원의 예산들 투입했지만 송환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시 납북자의 경우 최근 5년 간 158억2000만원(1인당 469만원), 전후 납북자는 70억7100만원(1인당 1370만원)이 투입됐다. 전시·전후 납북자 평균 1인당 약 588만원의 예산이 배정된 셈이다.
전시 납북자의 예산은 158억원 가운데 사무국과 시도실무운영위원회 운영비로 전체의 43.15%인 68억1800만원이, 통합관리시스템 운영비로 13.92%인 22억1500만원이 쓰이는 등 전체 예산의 56.96%인 90억원이 시스템 운용에 들어갔다.
납북자 실태조사, 납북자 피해 자료 조사와 진상 조사 ,조사관 인건비 등 실제로 납북자 관련 조사에 투입된 비용은 26.94%인 42억5700만원에 그쳤다.
이용·전용액은 10억2200만원, 불용액 5억7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후 납북자 예산 70억원은 비공식 통로로 자진 탈북해서 귀환한 사람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전체의 80.32%인 56억8300만원으로 나타났다.이어 위원회 운영 등 경상경비가 10억1300만원, 법정단체 보조금 4억원,납북피해자 지원 및 운영 75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전후 납북자 예산도 보상금과 위원회 운영비 등으로 전체의 94.64%인 66억9600만원이 쓰인 반면,실제 납북 피해자 지원과 운영으로는 1%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심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전후 납북자 관련 예산인데도 하나원 고용지원금 부족분, 하나원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지원 부족분 충당 등으로 이용된 금액도 9억2700만원이나 됐다.
전시·전후 납북자 중 남한으로 귀환한 인원은 9명이지만, 이들은 우리 정부의 노력이 아니라 스스로 탈북해서 남한 땅을 밟았을 뿐이라고 심의원은 질타했다.
심 의원은"우리 정부가 납북자를 송환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 협의가 필수인데 소극적"이라면서 "납북자 송환을 위해 프라이카우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라이카우프는 옛 서독의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사업으로, 동독에 현금과 현물을 주고 정치범을 데려온 것을 말한다.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서독은 3만3755명을 송환하기 위해 34억 6400만 마르크에 해당하는 현물을 동독에 지불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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