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 아베 측근 '고노담화 역할 끝났다' 발언 강력 비판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망언이 잇따르고 있어 정부가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한편으로는 한일 정상회담을 갖자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사에서 진정성을 보이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바라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역할이 끝났다고 발언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하기우다 특별보좌의) 개인 견해인지 여부를 떠나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 고노담화 훼손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일본 측이 그런 역사퇴행적인 언사를 계속하면 할수록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더 강한 반발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기우다는 전날 한 일본 방송에 출연, "정부는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은 하지 않지만 무기력하게 만들면 된다"면서 고노담화의 역할은 끝났다고 말했다.
하기우다는 지난달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또 참배할 것임을 내비쳤다
아베 역시 전혀 뒤지지 않는 발언으로 한국을 자극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 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이런 발언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서 진정성을 보일 것을 촉구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이 모리 요시로 총리를 보내 한일 정상회담을 갖자는 친서를 보냈지만 휴지조각이 될 공산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6일 "최근 일본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임시국회에서 책임 있는 일본 정부 인사들의 입에서도 이와 유사한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일본의 일부 인사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과거의 잘못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역사의 진실은 가릴 수 없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국제 사회의 준엄한 비판만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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