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리포트-일본의 산업정책
親기업 드라이브..'메이드 인 재팬'의 열혈팬
법인세 감세·규제완화 등 수출 경쟁력 날개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강국 부활 시동
"새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일본이다(Is it a Bird ? Is It a Plane ? No, It's Japan)."
지난해 5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표지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 장식했다. 아베 총리가 슈퍼맨 같은 동작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의 가슴에는 일본 엔화를 뜻하는 '¥'표시가 뚜렷하다. 그의 옆은 전투기가 호위하고 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만이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글로벌 경제전문 매체들이 일제히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1면 톱기사 혹은 주요 사설로 다뤘다. '일본의 급성장으로 아베노믹스에 청신호가 켜졌다'(월스트리트저널), '아베가 야심찬 성장목표를 제시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제목이 달렸다.
2012년 12월 두 번째로 일본 총리직에 오른 아베 신조는 취임 직후 "일본중앙은행의 윤전기를 쌩쌩 돌려 엔화를 마구 찍어내겠다"며 대대적인 엔화 약세 드라이브를 걸었다. 가격경쟁력 약화로 고전해온 일본 제조업은 아베의 무제한 엔저정책에 대해 "이제야 살맛 난다"며 싱글벙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부활은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이다.
◆'주코초다이' 지원군 반기는 일본 재계= 아베 총리는 과거 총리 재임(2006년 9월~2007년 9월) 때 대기업 친화정책을 폈다. 전통적인 산업 '주코초다이(重厚長大ㆍ무겁고 두껍고 길고 크다는 말의 합성어)'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후임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기업과 다소 거리를 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WSJ는 노다 전 총리 시절 눈물을 흘렸던 기업 총수들이 아베 총리의 재집권을 맞아 활력을 얻고 있다며 자동차, 금융, 시멘트, 건설, 중공업, 전자 등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고바야시 요시미쓰(小林喜光) 미쓰비시화학 회장과 사사키 노리오(佐佐木則夫) 도시바그룹 회장 등을 경제 고문으로 위촉했다. 일본 최대 철도회사 JR도카이(東海)의 가사이 요시유키(葛西敬之) 회장을 비롯해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후지필름 CEO, 쓰쿠다 가즈오(佃和夫) 미쓰비시중공업 회장 등도 아베의 재집권에 반색했다. 이들은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재계 유력 인사들의 모임인 사쿠라회 회원이기도 하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일본자동차제조업협회 회장은 당시 "자민당의 재집권과 공약을 크게 반긴다"며 "자동차업계의 기대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재계와의 밀월 관계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경제ㆍ재정정책의 사령탑인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에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을 기용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가치 하락을 불러옴으로써 대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준데 이어 법인세 감세, 노동시간 규제완화 등 '친(親) 기업'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 만회 위한 신(新)부국강병책 '모노즈쿠리'= '제품에 혼을 담는다'는 의미의 모노즈쿠리(物つくり)는 아베 총리가 달고사는 말이기도 하다. 모노즈쿠리 정신으로 재무장해 일본의 강점인 제조업의 부활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바로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이 겨누고 있는 부분이다.
아베노믹스의 완결판인 마지막 화살 '경제성장'을 위해 현재 일본 정부는 '일본산업 부흥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이중 중소기업ㆍ벤처기업 확대는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2020년까지 '흑자' 중소기업과 소규모사업자를 현재의 70만개에서 140만개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만개사의 해외진출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는 고령화와 소자화 등으로 침체된 일본 중산층의 삶의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과도 맞닿아있다.
특히 아베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1조엔(12조 2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꺼져가는 일본경제를 살리기위해 20조 2000억엔(239조원)규모의 긴급 경기부양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잃어버린 20년'을 만회하고,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하려는 아베식 신부국강병책이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과감한 금융완화, 기동성 있는 재정정책과 함께 민간 투자를 유발할 제조업 성장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요타, 미쓰비시 등 '굴뚝 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아베 총리가 제조업 등 과거 황금기를 이끌었던 산업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日 제조업 '부활' VS 韓 제조업 '먹구름'= 이 같은 아베의 일본제조업 부활전략은 일본제조업에 구세주가 되고 있다. 노골적인 엔화약세 정책으로 반등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업체는 자동차 제조사다. 도요타 자동차 등 7개사는 올 하반기 총 1578억엔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판매 비율이 90% 가까운 마쓰다 등 해외에서 영업을 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도요타는 세계최대 자동차업체로 재등극했다. 수년전 미국에서의 브레이크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를 극복했다. 도요타는 올해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혼다 닛산 등도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전자제품과 정밀기기 업체 등도 반등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히타치 등 전자업체 4곳은 하반기 영업이익이 총 200억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캐논 등 정밀기기 7개사와 코마츠 등 기계업체 2곳은 각각 130억엔의 효과를 기대한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달러대비 1엔이 약세를 보이면 주요 200개 기업의 올해 경상이익 증가 비율은 0.5%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아베노믹스는 한국 제조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본차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엔저로 인해 매출 및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3분기에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8월 자동차 판매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엔화약세로 해외시장에서 일본차와의 가격경쟁에서 다소 밀리기 시작한 탓이다. 수출비중이 현대차보다 더 높은 기아차는 엔화약세로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일본제조업 부활은 한국제조업의 약화를 의미한다. 사실상 한국기업 죽이기나 다름없다. 일본 재계는 달러당 엔화환율을 100~110엔까지 올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래야 한국기업에 밀렸던 경쟁력을 회복해서 세계시장을 탈환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제 9 리포트-중국의 산업정책
5년 뒤엔 高기술산업 중심국가로
美우주항공 등 투자…글로벌 M&A에도 맹위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패권 경쟁 도전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7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하면서 수도인 뉴델리가 아닌 서부의 구라자트주를 가장 먼저 찾았다. 시 주석은 이곳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데다 마침 17일이 모디 총리의 생일이어서 첫 방문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그의 고향에서 정상 회담을 가졌으니 그 회담 분위기와 성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이처럼 시 주석이 인도에 각별한 노력을 쏟는 것은 현지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구자라트주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투자가 집중된 곳이다. 그만큼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밀접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시 주석이 자국 기업에 대해 배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메스를 댄다. 시 주석이 지난해 하반기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ㆍ산업 담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새파랗게 질리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 주석은 취임 초기부터 추진한 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지자 "과잉 생산설비 해소를 적극 추진하는 등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며 경고장을 던졌다.
이처럼 시 주석은 '당근과 채찍'을 통해 강한 중국 기업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전례 없는 기업부도까지 용인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첨단 산업구조 '환골탈태(換骨奪胎 )'= 시 주석은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와 사업구조재편,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경쟁력 향상, 생산효율과 시장 브랜드 경쟁력 제고 등을 산업 정책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자금 등 자원의 효율적 배분정책을 통해 산업구조의 선진화 재편에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산업계 입장에서는 당장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쓴약이라고 할 수 있다.
5세대 시진핑 지도부는 산업구조재편과 경제성장방식의 전환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 당국은 최근 13.5계획(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2016년~2020년)의 밑그림 설계에 착수했다. 5~6년이면 중국 산업이 단순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고기술 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기업'으로 변모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이미 가시적인 구조조정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첨단 고기술 제조업 생산액 증가율이 11.8%로 공업평균 성장속도를 3.1%포인트 웃돌고 있다. 반면, 중국 공신부(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철강 등 6대 고에너지 소모산업분야 투자증가율은 12.5%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포인트 낮아졌다. 생산과잉이 심각한 철강분야 투자는 7.5% 줄었다.
아울러 시 주석은 '국유기업 개혁 시즌 3'라는 칼을 다시 빼들었다. 지난해 중국공산당 18기 3중 전회에서 국유기업 개혁 방침을 천명한 뒤 올 들어 개혁의 속도가 빨라졌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6개 양치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국유자산관리공사와 이사회 제도 설립, 혼합소유제(국유기업에 민간자본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시노펙 이사회도 2월 민간자본의 지분 보유 비율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혼합소유제 방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공산당은 국유기업 경영인을 외부에서 충원하고 월급을 삭감하는 개혁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국유기업 개혁이 '눈 가리고 아웅' 식에 그칠 우려도 제기된다. 개혁 시범 대상에서 에너지ㆍ통신 등 핵심 기업인 양치는 빠졌다. 양치를 쉽게 놓을 수 없는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민간에 매각한 시노펙의 지분(30%) 상당 부분을 국유기업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중국기업 만들기 '중국몽(中國夢)'= 중국은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나 기업인수 까지 발을 뻗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대외 투자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정보기술과 신에너지 우주항공 분야 등 첨단 산업 분야다. 특히 중국과 함께 빅2로 불리는 미국의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중국 자본의 대미 첨단기술 거래액은 60억 달러를 넘었다. 예년 평균 투자액의 60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는 모토롤라 휴대폰, IBM서비스기업 부문, 전동 자동차제조상 피스커 등이 포함돼 있다.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첨단기업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등장했다. 중국 에너지기업 래디언트는 미국 태양광기업 어센트솔라를 인수했다. 휘어지는 차세대 태양광패널을 만들기 위해 박막형 구리ㆍ인듐ㆍ갈륨ㆍ셀레늄(CIGS) 소재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을 사들인 것이다. 첨단 기업을 인수해도 운영할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수 비아오 래디언트 회장은 "다음 단계는 중국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글로벌 산업을 주도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글로벌 공략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류, 신발, 식품 등의 전통적인 산업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의료장비, 통신시스템 등의 첨단 제품군에서 넓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관용 전기버스 도입 입찰에서 중국 BYD 제품을 선택했다. 입찰에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영국 등 각 국의 유수 기업이 참여했지만 승리는 BYD에 돌아갔다. 가격과 제품 경쟁력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글로벌 에너지 패권 잡기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만의 리그인 에너지 패권 경쟁에도 도전장을 낸 것이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에너지 안보는 국가 전략의 문제"라며 '에너지 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시진핑의 '에너지 혁명'은 셰일가스 개발을 뜻한다. 미국처럼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의 셰일가스 가채 매장량은 약 31조6000억㎥로 미국의 15조4000억㎥보다 2배 이상 많다. 이에따라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중국석유화학(Sinopecㆍ시노펙),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이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셸ㆍ엑손모빌ㆍBP 등과 손잡고 진행하고 있다. CNPC과 셸은 2012년 3월 쓰촨성에서 중국 최초의 셰일가스정인 '양(陽)-101정' 점화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산업 정책을 통해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능력을 함양하고 기업 효율을 증대시키는데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국내분야에 접목함으로써 톡톡한 산업 업그레이드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