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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나…서글픈 황혼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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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의 그림자 - 새벽 인력시장 르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나…서글픈 황혼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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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가방 하나씩 짊어 메고 있는 어르신들은 운동 삼아 나오신 분들이 아니라 일자리 구하러 오신 분들이라고 보면 돼요."

'노인의 날(10월2일)'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5시께 아침기온 14도로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수은주를 기록한 새벽녘인데도 일용직 인력사무소가 모여 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 일대는 일거리를 찾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용직 노무직의 특성상 어르신들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통념과 다르게 이 인력시장에서는 가방을 멘 채 애타게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한국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허약한 노인복지제도 등의 이유로 불안한 노년을 보내야 하는 우리의 노인들의 삶의 한 현장이다.

◆"소일거리 아니다…먹고 살려면 노무직이라도"


이날 만난 조진형(70)씨도 그런 노인 중 하나였다. 젊은 시절부터 철근을 다루는 기술을 익혀 건설노동자로 일했던 그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인력 시장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조씨는 "소일거리라면 여기 오지 않지. 먹고 살려고 하니 나와 있는 거고. 내 또래 친구들도 다들 마찬가지야"라며 "난 그래도 기술이 있어 일당은 18만원 정도 쳐주지만 젊은이나 중국동포가 많으니 공치는 날이 훨씬 많아"라고 토로했다.


최근 조씨처럼 황혼의 나이에도 인력시장을 찾는 노인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리봉동의 인력업체 남부이에스 관계자도 "최근 수년 동안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예전보다 많이 모이고 계신다"면서 "그러나 숙련공이나 손재주가 좋으신 분들이 가끔 일거리를 얻을 뿐 어르신들에게 돌아가는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만난 조씨도 인력시장이 마감되는 6시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초연금? 누구 코에 붙이나"


인력시장이 아닌 거리에서도 노후소득보장이 미비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께 만난 최승곤(85)씨가 대표적이다. 종묘 앞 노상에서 구두공으로 20년째 일하고 있는 최씨는 지난 7월부터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으로는 용돈조차 마련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20년째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 오후 6~7시에 퇴근해서 버는 돈은 한달에 15만~20만원 남짓. 연금과 합쳐도 생활비는 50만원을 넘지 못한다. 최씨는 "매월 16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데 그걸 누구 코에 붙이겠느냐"라며 "소일거리이기도 하지만 자식들이 용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다리가 아파 다른 일을 못하니 매일 거리에 나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선 조씨와 최씨의 사례처럼 고령층에게 노동은 이미 용돈벌이·자아실현의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이처럼 고령층 노동의 중요성이 어느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지만 임금수준은 악화일로다. 실제 이철희 서울대 교수의 '노후소득수준의 장기적 변화'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년기 소득 대비 노후소득대체율은 65세의 경우 50%, 70세의 경우 40%, 75세의 경우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채 10%를 넘지 못했다.


◆"피할 수 없는 고령화…고령층 일자리 선택지 넓혀야"


문제는 고령화의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는 55~64세의 준 고령층, 베이비부머 세대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시간이 흐르며 고령층으로 편입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 미화노동조합 관계자도 "10년 전만 해도 60대 이상의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수년 전부터 55세 이하, 심지어 50세 이하 신입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역전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고령층·예비 고령층의 노후소득보장과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의 선택지 자체를 넓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기훈 서울사이버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과 고용정책상 퇴직연령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노인빈곤·일자리 질 악화의 원인"이라며 "노인일자리사업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사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사회적 기업ㆍ협동조합 등 민간영역의 일자리를 촉진시켜 노인 일자리의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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