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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역발상이란 무엇인가(171)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역발상(逆發想)이란 발상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유행어처럼 되었지만, 남의 역발상을 말하기는 쉬워도 스스로 역발상을 하려고 들면 막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서점에는 많은 역발상 관력 책들이 쏟아지지만 막상 읽어보면 성공한 역발상의 이야기일 뿐, 어떻게 하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역발상은 발상의 원리를 이용한 개념이다. 발상(發想)은 생각이 피어오른다는 뜻이다. 생각은 씨가 있고 그것이 자라나는 방향이 있다. 생각의 씨앗을 잘 돋워 그것을 피어나게 하는 것이 발상이다. 생각의 씨앗은 돋우지 않으면 그 현실가치가 생겨나지 않아 그냥 씨앗일 뿐이다. 생각의 씨앗을 어떻게 선택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돋우느냐가 바로 발상의 노하우이다.

대개 많은 발상들은 상식이라는 씨앗과 현실적 관성이나 전통이라는 돋움으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발상을 채택하는 장점은, 이미 검증이 되었다는 점이며 그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포인트 때문이다. 역발상이 필요한 것은 발상이 이미 효용가치를 다 했거나 바뀐 상황에서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어서 다른 방식이 필요한 때 그 발상을 뒤집을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역발상은 이미 발상된 것들을 다시 새롭게 발상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상의 씨앗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돋움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씨앗을 바꾸는 것은 역발상이 아니라, 그냥 발상이다. 역발상은 기존의 발상의 방향을 반성하는 힘이 중요하다. 그게 돼야 역발상이 가능하다.

태풍과 홍수가 와서 사과밭을 쓸어버렸다. 낙과 때문에 과수원들이 흉년을 겪을 판이었는데,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행운의 사과라는 스토리를 만들어, 떨어진 낙과값까지 붙여 팔기 시작했다. 마침 입시철이라 대박이 났다. 기존 과수원의 발상은 사과를 많이 생산해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많은 생산해야하는 점'에 문제가 생겼다. 적게 생산해도 많은 수익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발상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태풍'이 지나가 과수원이 흉작으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불우이웃을 돕는 차원으로 사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그 모진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의 생명력을 주목했고 그것을 스토리로 엮어 사과와 함께 팔자고 제안했다. 거기엔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대학 입시도 떨어지지 않게 할 것이라는 '그럴 듯한 속설'이 작용했다. 아이의 합격을 위해 갓바위에 몰려드는 사람들이나 촛불기도를 하는 학부모에 심경을 눈여겨 관찰한 결과, 그것이 사과의 발상법을 전혀 달리 하도록 만들었다. 즉 사과의 크기나 맛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담지하고 있는 '행운'이라는 스토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발상의 방향이 바뀌자 마케팅이 정교해졌고, 행운의 사과는 입시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을 터치했다.


역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행운사과의 경우, 사과의 무엇을 우리가 팔아왔나 하는 것을 반성한 결과가 새로운 결과를 만들었다. 장례식장을 건물 맨 꼭대기로 배치한 일본의 변두리 병원의 역발상은, 장례식장은 왜 지하에 있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먼저 했을 것이다. 장례식장이라는 씨앗과, 그것을 피운 가지였던 '지하층'이라는 두 개념의 등식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천국과 가까이 있는 장례식장'이라는 개념을 찾아냈다.


흥부와 놀부를 역발상한 어떤 사람은 무능한 흥부와 지혜로운 놀부 스토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고, 심청이 눈이 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바다로 몸을 던진 스토리를, 심청의 가짜 투신극이었다고 '음모이론'으로 접근한 새로운 스토리는 낡은 이야기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 스토리의 요소들을 살짝 비틀기만 해도 흥미가 생겨나는 현상, 이것이 역발상의 비밀이다.


서비스는 돈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카카오톡은 공짜로 서비스부터 제공하여 많은 이들에게 그것을 삶의 일부로 삼도록 만들었다. 그 네트워크와 이용자수를 어마어마하게 확장시켜, 서비스로 벌어들인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가치로 만들어냈다. 이 또한 이전의 시대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네트워크 시대의 역발상이다. 이런 기술과 문명이 만들어내는 역발상은 현재 우리에게 거의 무한으로 펼쳐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기적과 태블릿 시대의 도래는 pc세상이 오래갈 것이라고 믿었던 인류의 이마를 때렸다. 애플과 삼성이 만들어낸 작은 기계들은, 100년 전 인류에겐 발상할 수 있는 그 바깥에 있던 것들이다.


역발상의 힘은, 발상을 분석하는 힘이기도 하다. 발상이 틀린 것이 아니라, 생각과 그 돋움의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진 그 자리를 기습하는 전략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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