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12곳,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하고 소송 검토 중
하나·외환銀 노사도 조기통합 갈등 법리 다툼
임영록 前KB금융 회장은 직무정지 효력정지 신청 제기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올 상반기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각종 이슈들이 결국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과 KB금융 주전산기기 교체 갈등은 결국 금융당국의 조치를 거부하며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또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는 각각 유리한 법리를 내밀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ING생명·삼성생명 등 보험사 12곳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소송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이후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민원에 대해 이들 보험사에 재해사망 특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오는 30일까지 지급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는 금감원이 보험사에게 자살에 대해 일반사망의 2배에 해당하는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 약관을 따르라고 권고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에 대해 자살은 재해가 아니므로 고액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오는 30일까지 보험금을 주든 민원인에게 소송을 제기하든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아직은 각사별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30일 소송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살관련 미지급 사망보험금은 지난 4월말을 기준으로 2179억원에 달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개별 민원 사안에 건별로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한 생보사 고위 관계자는 "한번 지급을 하게 되면 선례를 남기게 돼 차후에 엄청난 규모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며 "모든 생보사가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ING생명의 경우 당국이 내린 기관주의와 과징금 부과 등 제재안에 대해 불복하는 행정소송도 별도로 검토 중이다. ING생명은 행정 소송 제기 기한인 11월말까지 각종 리스크를 검토한 뒤 소송 여부를 결정 지을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조기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노사가 갈등을 좁히지 못한 채 각각의 사안에 대한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2.17 합의'에 대해 하나금융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법률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이 합의가 노사정 합의가 아닌 노사합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2.17합의서를 두고 '금융기관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국민 앞에 약속한 노사정 합의'라는 노조의 주장을 뒤집는 것으로 조기통합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에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공식입장을 빌려 '2.17 합의서' 이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지난 22일 '노동부가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한 2.17 합의가 강제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일부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을 두고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혔다. 노동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노사 당사자의 합의는 유효하며, 노동조합법상의 단체협약 여부에 관계없이 그 취지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법정으로 옮겨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의 내분은 현재진행형이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지난 23일 "금융위가 내린 징계(직무정지)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치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심문 기일이 29일 오후3시로 예정돼 있어 늦어도 30일 전에는 임 전 회장의 이사직 복귀 여부가 정해진다. 다만 KB금융 이사회가 지난 17일 임 전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해 대표이사직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KB금융 사태로 사법당국에 손을 내민 것은 임 전 회장이 처음은 아니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6일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를 비롯해 KB금융 임원 2명, 국민은행 임원 1명을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안은 현재 검찰 특수1부서에서 수사 중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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