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채권단 주도로 진행되는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재계에서 "채권단이 이상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조(兆) 단위의 우발 채무가 드러났던 STX나 금호산업 사례에 비교하면 200억원대 손실에 그친 동부제철에만 유독 가혹한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포함한 동부제철의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100대 1의 무상감자를 추진키로 하면서 동부그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양측은 김 회장의 동부제철 경영권을 놓고는 한치 양보 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채권단은 대주주에 대한 100대 1의 무상감자를 전제로 추가 자금 지원 방안을 짜고 있다.
김 회장의 지배권을 사실상 뺏겠다는 얘기다. 동부제철에 대한 실사 결과 기업 부실이 심각한 것은 경영진의 잘못이 결정적이었던 만큼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동부그룹 측은 추가 지원을 위한 실사가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으로 실시됐고 대주주의 감자 비율도 조단위 부실을 기록한 STX, 금호산업 등 이전 사례와 똑같이 적용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예상 채권회수율도 기업청산시는 66%, 정상화 방안으로 회생했을 경우 97.3%로 STX조선해양(62%)과 금호산업(91%)보다 양호한 상태다.
채권단이 주장하는 동부제철의 자본잠식 상태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동부 측의 주장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동부제철의 순자산 가치는 1조2000억원으로 채권단의 실사로 책정된 자본잠식 규모인 5000억원과는 1조7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채권단이 자산가치를 공시지가로 평가하는 바람에 현재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냉연라인과 300만곘 규모의 전기로 2기 가동으로 발생하는 가치는 사라져 버린 셈이다.
동부 측 관계자는 "장부상 동부제철의 순자산 가치가 1조2000억원이지만 채권단은 토지ㆍ건물 등 자산을 공시지가로 적용해 4200억원이나 낮게 평가했다"며 "STX, 금호산업의 경우 유형자산을 감정가 또는 장부가로 감액 없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후 김 회장 일가가 다시 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 청구권 부여 여부를 놓고는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부제철 오너가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산업이나 웅진씽크빅의 경우 기존 대주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받아들여졌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고 어느 정도의 감자는 예상했지만 100대 1은 가혹한 구조조정 방안"이라며 "경영정상화 이후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등은 이전 사례를 고려해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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