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파이어 문화…인류에 '이야기 문화' 이끌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어두운 밤, 서서히 불꽃이 피어오른다. 캠프파이어!
함성과 함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어도 좋다. 노래 부르며 수건돌리기 게임을 해도 그만이다. 어둠이 살짝 내려앉고 불빛만 가운데 덩그렇게 드리운 곳. 그곳에 빙 둘러 앉으면 이야기꽃이 핀다. 옆에 있는 그녀(그)와 이해, 신뢰가 조금씩 싹트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캠프파이어의 매력이자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40만년 전 인류는 불을 다루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불의 발견과 조절 능력은 인류의 역사를 뒤바꿔 놓은 대사건이었다.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인류의 건강에 혁명을 불어왔다. 문명이 발전하고 문화가 꽃피우는 밑거름이 됐다.
사이언스지는 22일(현지시간) '고대 캠프파이어가 인류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높였다(Ancient campfires led to the rise of storytelling)'는 기사를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낮의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저녁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캠프파이어를 하는 문화는 인류에 또 다른 '이야기 문화'를 만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남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나미비아와 보츠와나. 이곳에 살고 있는 부시맨 종족들은 세속에서 벗어나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상상력과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을 만들었다.
1970년대, 유타대학의 인류학자 폴리(Polly Wiessner) 박사는 부시맨의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폴리 박사는 174일 동안 이들 종족들의 낮과 밤의 대화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다. 지금도 이들 부시맨 종족들은 그곳에 살고 사냥을 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 곳곳에 터를 잡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폴리 박사는 1998년, 2005년, 2013년에 걸쳐 이들 부시맨들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대화를 분석했다.
폴리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했다.
낮 동안에 이들 부시맨 종족들의 대화는 대부분 경제적 이슈에 집중됐다. 토지에 대한 권리, 다른 사람에 대한 불만 등에 대한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캠프파이어를 통해 둘러앉는 저녁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내용'이 81%를 차지했다. 저녁 캠프파이어 자리에서 이들 부족들은 이웃에 살고 있는 다른 부족에 대한 이야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재가 많았다.
폴리 박사는 이런 저녁 캠프파이어를 통해 인류는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류의 상상력을 넓힐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회 관계망을 더 친밀하게 만들었고 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폴리 박사는 "(주변에 어둠이 몰려오고 불빛이 가운데 자리 잡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캠프파이어 문화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같은 감정과 감성의 골을 느끼게 한다"며 "이를 통해 공동체에서 이해, 신뢰, 공감 등의 감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프파이어 문화는 지금도 모양만 달리한 가운데 이어지고 있다. 직접 불을 붙이는 캠프파이어가 아니더라도 벽난로 문화나 촛불을 켜고 가끔씩 가족들과 친구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런 모습은 '캠프파이어'의 변형된 형태이고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폴리 박사는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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