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개입 혐의...후임 도성환 사장도 조사 대상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김소연 기자] 홈플러스 신화를 일궈 낸 이승한 홈플러스 전 회장이 퇴직 후 1년 만에 두 번째 수사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8월 사임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고객정보를 보험사 등에 팔아넘긴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그는 홈플러스가 설립된 1999년 삼성테스코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 출범 당시 점포 수 2개였던 홈플러스를 점포 수 139개, 매출액 10조원에 육박하는 할인마트 업계 2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수사대상에 잇따라 오른 데다 최근 홈플러스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의 신화도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의 경우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은 도성환 사장도 대상에 포함돼 있어 홈플러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19일 검찰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홈플러스의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개인정보 유출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두 사람과 홈플러스 임원진을 출국금지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4, 5년 동안 경품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건당 1000~2000원의 가격으로 보험사에 팔아넘겨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회사 수익으로 처리하고 최고경영진에게까지 보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을 소환해 고객정보를 팔아넘기는 데 개입한 경위와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사임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이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두 번이나 검찰 조사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명성도 얼룩지게 됐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홈플러스 국유지 내 연수원 설립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전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홈플러스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최근 홈플러스가 회사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회사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현재 총 139개 점포를 운영 중인 홈플러스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4.1%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가 0.6%, 롯데마트가 2.9% 감소한 데 비해 감소 폭이 크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4%로 2011년 6.1%에서 반 토막이 났다.
고객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품조작 사건에 개인정보 유출까지 불거지며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노조가 지난 추석연휴 기간 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조와의 갈등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과 기여의 두 얼굴을 가져야 한다며 큰바위얼굴론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더욱 실망을 주고 있다.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팔아 회사가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앞서 이들이 검찰 조사 등을 피해 도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에 연루된 이 전 회장이 검찰의 조사를 한 차례 받은 후 보스턴대학교로 출국한 데 이어 도 사장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역시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하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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