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무능 국회를 비판하는 추석민심과 야당의 지리멸렬, 그리고 '국정원 대선개입'과 '미스테리 7시간'에 대한 사법부의 의혹 해소.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연휴 이후 첫 공식 회의석상에서 "세월호는 끝났다"고 공식 선언하며 빈사 상태의 야당을 확인사살한 것은 이 같은 환경이 제공해준 자신감에 바탕을 뒀다.
박 대통령의 추석연휴 국정구상은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로 귀결된 셈이다.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뒤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호출해 "여당 주도로 법안들을 처리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추석연휴 이후에도 40% 후반대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는 국정지지율을 "세월호 논쟁은 민생과 별개다"라는 민심으로 해석한 것 같다. 즉 민생을 위해 국회 공전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제시해 현 정국을 '민생 대 세월호 특별법' 구도로 설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야권과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것이냐 아니냐 하는 이번 논란의 핵심에 대해 이미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또 '대통령은 국회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삼권분립을 강조하면서도 야당 지도부를 불러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양보 가능 범위를 설정하고, 향후 법안 처리도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모순적 행동도 보였다.
여러 논리적 허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초강수 발언을 쏟아낼 수 있던 것은 이에 대항할 야권 세력이 사실상 전멸했기 때문이다. 또 때마침 터져 나온 야당 의원의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자신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 행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증하는 가운데도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통령 연애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국민적 반감을 극대화시켜 지리멸렬 수준의 야당을 '확인사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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