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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해진 '공시지가 감정평가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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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업계 요구에 표준지 공시지가 현장조사 업무 재개 결정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부가 표준지 공시지가 업무의 예산 절감을 위해 도입하려던 '기본조사'가 기존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채 실시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데다 감정평가업계의 반발이 심해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평가협회는 감정평가사들의 조사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로 표류하던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업무를 재개한다고 17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평가 업계와 협의를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달 중 감정평가사를 대상으로 한 공시지가 평가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다음 달부터 현장 평가 업무가 진행되면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당초 관련 지침을 개정해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 대상 50만필지 가운데 지가변동률이 1% 이하 지역은 한국감정원을 통해 약식 감정을 하도록 하고, 나머지 가격 변동이 큰 지역만 감정평가사들이 현장에서 정밀조사를 하도록 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현재는 감정평가사가 모든 필지에 대해 직접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하는 '정밀조사' 방식이다. 정부안에 따라 한국감정원이 약식 감정(기본조사)을 하면 감정평가사를 현장에 직접 투입할 필요가 없어 평가 예산(152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었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들의 모임인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이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전국지회장 회의를 열고 공시지가 조사 거부를 결의하며 갈등이 커졌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과세의 표준이 되는 등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모두 현장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올해는 관련 지침 개정에 따라 '기본조사'라는 명칭은 사용하지만 감정평가사가 예년의 정밀조사와 마찬가지로 직접 조사에 나선다. 감정평가협회는 16일 회원 감정평사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공개하고 "기본조사 제도는 사실상 폐지됐으며 조사 명칭과 관계없이 (종전과)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정평가업계가 지적한 문제점을 고려해 올해 기본조사를 진행해보고, 효과를 분석한 뒤 내년 이후 (기본조사)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들이 종전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데다 정부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표준지 기본조사에 필요한 표준지 상시관리체계 예산(24억원)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사실상 기본조사 제도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정밀조사, 기본조사로 이원화하기로 했던 표준지 공시지가 평가 방법이 정부의 미흡한 준비와 업계의 반발로 사실상 어려워졌다"면서 "치밀하지 못한 정책 추진이 정부 신뢰도 하락과 업계 갈등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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