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최대열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부지 입찰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 1·2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경쟁으로 굳어진 가운데 두 회사 모두 막판까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한전은 17일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한 뒤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을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인수의지를 밝힌 현대차그룹은 관련 서류작업을 마무리하고 어느 정도 금액을 써낼지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주축으로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후에도 개발비용이 막대해 '승자의 저주' 지적도 있는 만큼 무리해서 높은 가격을 써내지는 않는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을 하루 남겨 놓고도 여전히 장고에 빠져있다. 이미 3년 전부터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동 부지를 놓고 향후 개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 온 만큼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삼성그룹 측에서도 입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단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현재 삼성그룹은 태평로 일대에 금융계열사, 서초동 일대에 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계열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때문에 삼성그룹이 삼성동 부지에 큰 관심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삼성그룹이 향후 3세들의 분가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거점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서울 강남 인근에서 서초동 삼성타운처럼 대규모 부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향후 삼성가 3세들의 분가가 본격화 될 경우 태평로, 서초동 이외의 새로운 거점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삼성동 부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들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 연구개발센터를 서울 지역으로 이전할 수도 있고 사업 조정 뒤 신규 사업을 본격 육성시키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전부지는 축구장 12개를 합한 면적과 맞먹는 7만9342㎡로 공시지가 1조4837억원, 감정평가액은 3조3346억원에 달한다. 한전이 감정가를 토대로 내부적으로 정한 입찰하한가(예정가격)를 웃돌면서 최고가액을 써낸 곳이 따내게 된다.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되며, 외국계 자본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율 50% 미만일 때만 참여할 수 있다. 일부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개발비용이 막대하고 단기간 내 수익을 내기 힘들어 실제 입찰에 참여하거나 높은 가격을 부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비슷한 규모의 부동산 거래가 없었던 만큼 인수금액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통상 감정가액 이상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예가 등이 공개되지 않아 어느 쪽도 예단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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